신영, KB에 주식형펀드 3위 내줘
입력
수정
지면A24
가치투자 간판 펀드 수익률 저조신영자산운용이 국내 주식형펀드 업계 3위(설정액 기준) 자리를 KB자산운용에 내줬다. 올해도 펀드로 돈이 들어오긴 했지만, 상장지수펀드(ETF) 등 인덱스펀드 시장 공략을 통해 ‘덩치’를 더 많이 불린 KB운용에 밀렸다.
高성장 ETF 시장 외면하다 밀려
KB운용은 올 설정액 21% 증가
5일 펀드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영운용 127개 국내 주식형펀드의 설정액 총합은 전날 기준 5조646억원으로, KB운용(284개, 5조2133억원)의 설정액을 밑돌았다. 작년 말 117개 펀드를 통해 총 4조7835억원을 굴렸던 신영운용은 올해 펀드 수가 8.5%, 설정액이 5.8% 늘었다. KB운용은 펀드 수와 설정액이 각각 27.9%와 21.2% 증가했다.
‘가치투자 명가’로 불리는 신영운용은 ‘신영밸류고배당’ ‘신영마라톤’ 등 간판 펀드의 인기에 힘입어 작년 6월 한국투자신탁운용을 밀어내고 국내 주식형펀드 부문 ‘빅3’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3위를 지켜오다가 지난달 KB운용에 뒤처졌다. 현재 주식형펀드 설정액 1위는 삼성자산운용(11조7350억원), 2위는 미래에셋자산운용(8조1928억원)이다.
신영운용이 빅3에서 밀린 가장 큰 이유로는 급성장하는 ETF 시장을 외면한 게 꼽힌다. 신영운용은 저평가된 종목을 발굴해 주가가 적정가치를 찾을 때까지 중·장기 보유하는 가치투자 철학에 따라 ETF 상품은 내놓지 않고 있다.반면 KB운용은 올해 인덱스펀드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 설정액을 크게 늘렸다. KB운용의 대표 액티브펀드인 ‘KB밸류포커스’와 ‘KB중소형주포커스’의 설정액은 지난해 말 8646억원과 6603억원에서 올해 5880억원과 3907억원으로 각각 31.9%, 40.9% 감소했다. 하지만 ‘KBSTAR200 ETF’(8812억원→1조2262억원), ‘KB스타코스닥150인덱스자’(1477억원→2779억원) 등의 설정액이 급증해 액티브펀드 설정액 감소분을 만회했다. KB운용은 올 들어 ‘KBSTAR코스피200’‘KBSTARKRX300’ 등의 ETF 신상품을 잇따라 선보였다.
액티브펀드 쪽에서도 신영운용은 수익률이 부진한 반면 KB운용은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 단일 국내 주식형펀드 중 덩치가 가장 큰 신영밸류고배당(설정액 2조5823억원)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4.19%다. 액티브주식형 전체(534개) 평균(-13.54%)에도 못 미친다. 반면 KB중소형주포커스자와 KB밸류포커스의 같은 기간 수익률은 각각 -0.42%와 -9.09%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