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원 외엔 살 길이 없다" 中企의 비명

3대악재에 비상 걸린 중기

20여일 뒤 최저임금 10.9% 올려줘야 하는데…

인건비 급등·週52시간·불황 겹쳐…저임금 근로자부터 우선 정리
"내년 자동화·무인화 도입으로 일자리 50만개 사라질 수도"
대구에 있는 염색업체 한신특수가공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공장을 24시간 가동했다. 하지만 지난 7월 160명이던 직원을 90여 명으로 줄였다. 야근도 없앴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한 구조조정이었다. 이 회사 한상웅 사장은 “위기를 극복할 거면 빨리 극복하고, 망할 거면 일찍 망하려고 한 모험”이라고 말했다. 용기를 냈지만 두렵다고도 했다. “내년에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기업은 더 어려워질 겁니다. 여기에 근로시간 단축까지 더해지면 이를 견디며 살아남을 중소기업이 몇 개나 되겠습니까.”

올해보다 10.9% 인상(시급 8350원)된 최저임금 적용이 25일 앞으로 다가오자 중소기업계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인건비 인상을 감당하기 힘들어 인력을 감축하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 지방산업단지는 임금 인상에 자동차업계 등의 불황이 겹쳐 소기업(50인 이하) 가동률이 30%대로 추락하는 등 빈사 상태에 내몰리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중소기업이 인력 감축으로 대응하는 것을 수치로 보여주는 게 고용보험 소멸 사업장 수다. 1인 이상 고용하면 의무 가입해야 하는 고용보험에서 탈퇴하는 기업이다. 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소멸 사업장은 올 들어 10월까지 104만 개에 달했다. 2016년 109만2911개로 100만 개를 넘은 뒤 지난해 125만5645개로 증가했다. ‘실직’을 의미하는 고용보험 상실자도 10월 47만8731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39만3692명)보다 크게 늘었다. 인력 감축의 주대상은 저임금 근로자와 외국인 노동자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생산성이 낮은 인원부터 정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은 “내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동화·무인화 도입 등으로 일자리 50만 개가량이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진수/심성미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