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억대 이중섭 그림부터 70억대 바이올린까지 경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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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옥션, 오는 13일 20주년 대규모 세일서울옥션이 국내 처음으로 미술품 경매시장에 진출한 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이었다. 한 해 국내 미술품 거래액이 껌시장 규모보다 작았던 시절이다. 어떤 식으로든 시장의 ‘파이(규모)’를 키우는 게 급했다. 서울옥션은 첫 경매에서 근현대미술품과 고미술품 36점을 팔아 낙찰총액 3억원을 기록했다. 초라한 실적이었다. 하지만 그림 거래 투명성과 미술품 대중화의 첫발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2008년에는 ‘미술 한류’ 개척의 전진기지로 활용하기 위해 홍콩에 법인을 세웠다. 지난 3월에는 홍콩 도심 센트럴에 있는 에이치퀸스 빌딩 11층에 상설전시장 ‘SA+’를 개관해 한국 작가들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서울옥션은 지난 20년 동안 미술품 2만6000여 점(낙찰총액 9100억원)을 거래하며 한국 미술시장을 이끌어왔다.
서울옥션이 경매시장 진출 2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경매 세일 행사를 펼친다. 오는 13일 서울 평창동 본사에서 국내외 유명화가 작품 89점을 내놓는 제150회 특별경매를 통해서다. 전체 출품작 추정가는 330억원에 달한다. 한국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근현대 미술가의 수작(秀作)은 물론 바이올린, 와인, 의자 등 특별 아이템도 포함돼 더욱 눈길을 끈다.서울옥션은 이번 경매 빅이벤트로 이탈리아 악기 명장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1644~1737)가 1692년 제작한 바이올린 ‘팰머스’(사진)를 내놨다. 70억원부터 경매를 시작한다. 서울옥션 측은 “최근 그리스 음악가 레오니다스 카바코스가 이 바이올린으로 연주해 주목받았다”며 “보통 바이올린보다 긴 ‘롱 패턴’ 시리즈”라고 설명했다.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도상봉 등 쟁쟁한 국내 근대미술 거장들의 수작도 경매 대열에 합류했다. 이중섭의 유화 작품 ‘복사꽃 가지에 앉은 새’는 추정가 35억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 1950년대 초중반 이중섭이 통영에 잠시 머무르던 시절 비둘기, 개구리, 나비를 소재로 봄기운을 담아낸, 접하기 힘든 작품이다. 박수근의 1950년대 작품 ‘나무와 두 여인’(4호)은 8억원부터 경매를 시작한다. 나뭇가지로 상징되는 가난한 시대의 삶, 그 속으로 돌아가는 사람과 기다리는 사람의 풍경이 묘한 울림을 준다. 김환기의 1950년대 정물화 ‘실내’, 도상봉의 ‘항아리’, 권진규의 조각 ‘말’도 눈에 띈다.또 다양한 고미술품이 출품된다. 독립운동가 안중근이 1910년 3월 옥중에서 쓴 글씨에 손도장을 찍은 유묵 ‘승피백운지우제향의(乘彼白雲至于帝鄕矣)’와 추사 김정희가 베이징에 머무르던 당시 청나라 학자·문인들과 주고받은 필담, 시고 등을 엮은 ‘필담서첩(筆談書帖)’ 등이 등장한다. 해외 미술품으로는 앤디 워홀, 조지 콘도, 안토니 곰리, 요시토모 나라, 카우스, 프랑스 디자이너 장 프루베의 의자 등이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나왔다. 출품작들은 13일까지 서울옥션 본사에서 관람할 수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