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휴전' 잉크도 안 말랐는데…美 '中 자존심' 화웨이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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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창업자 딸 멍완저우 부회장 캐나다서 체포세계 1위 통신장비업체인 중국 화웨이의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이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캐나다에서 체포됐다. 멍 부회장은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의 딸로 글로벌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90일간 휴전하고 협상을 서두르는 가운데 멍 부회장 체포 소식이 돌출돼 파장이 클 전망이다. 중국의 산업 고도화 전략인 ‘중국제조 2025’ 핵심 기업을 미국이 직접 손보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란 제재 위반혐의로 美서 요청
캐나다, 멍 부회장 美에 인도할 듯
"中 산업고도화 전략 견제" 분석
中 "체포 이유 밝혀라" 석방 요구
향후 美·中 무역협상에 악재될 듯
화웨이는 ‘중국제조 2025’의 핵심5일(현지시간) 캐나다 일간 글로브앤드메일에 따르면 멍 부회장은 지난 1일 밴쿠버에서 체포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하던 날이다.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미국 측이 체포 요청을 했다. 캐나다 사법당국은 멍 부회장의 신병을 미국으로 인도할 예정이다.
화웨이는 중국을 대표하는 기술기업으로 중국제조 2025를 주도해 온 데다 체포된 인사가 창업자의 딸이라는 점에서 오는 12일 재개될 예정인 미·중 무역협상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뉴욕타임스는 “(곧 재개될) 미·중 무역협상이 더 힘든 도전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미 정부는 지난 4월부터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조치를 위반해 이란 등에 금지품목을 팔았다는 혐의를 잡고 수사를 벌여왔다. 로이터통신은 2013년 1월 화웨이 계열의 홍콩 스카이콤테크가 휴렛팩커드 컴퓨터 서버를 이란의 한 이동통신사에 팔았다고 보도했다. 미 정부는 2016년부터 또 다른 중국 통신장비 업체인 ZTE의 이란 제재 위반을 조사하면서 화웨이의 법 위반을 인지한 것으로 전해졌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심각한 위법 행위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혐의로 조사받은 뒤 미국 기업과 7년간 거래가 중단돼 파산 위기에 내몰렸던 ZTE처럼 강력한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화웨이는 지난해 세계 통신장비 1위이자 스마트폰 3위 업체다. 미국 퀄컴 등으로부터 통신칩을 사서 쓰고 있다. 반도체 등 미국산 부품 조달이 막히면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통신장비 생산도 어려울 수 있다.
멍 부회장 체포는 중국제조 2025를 견제하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중국제조 2025 핵심 기업들을 직접 손보려는 의도란 관측이다. 5G(5세대) 이동통신에서 앞선 기술을 갖고 있는 화웨이는 미국이 가장 경계하는 기업이다.강하게 반발하는 中 정부와 화웨이
지난 1일 통상전쟁 휴전에 합의한 뒤 중국 정부는 재빨리 유화 정책을 내놔 주목받았다. 5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조치를 발표했고 미국산 원유도 사들이기 시작했다. 중국이 미국산 원유를 수입하는 건 두 달 만에 처음이다. 중국 정부가 연말까지 미국산 수입차에 부과 중인 40% 관세를 내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멍 부회장 체포 소식에 중국 정부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과 캐나다에 멍 부회장을 체포한 이유를 설명하고 즉각 석방할 것을 요구했다. 주캐나다 중국대사관은 “어떤 법률도 위반하지 않은 중국 국민을 미국 요구에 따라 캐나다 경찰이 체포한 것은 엄중한 인권 침해 행위”라고 발표했다. 화웨이도 “화웨이는 유엔, 미국, 유럽연합(EU)의 관련 법규를 모두 지키고 있으며 사법당국의 공정한 결론을 바란다”는 성명을 발표했다.멍 부회장은 ‘중국의 이건희’로 불리는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 겸 회장의 딸이다. 성이 다른 것은 어머니의 성을 따랐기 때문이다. 최근 이사회 부회장직에 올라 확고부동한 후계자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에즈라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미·중의 위태위태한 휴전이 큰 위험에 처했다”면서도 “이 사건이 첨예한 긴장을 더하겠지만 중국이 반응을 자제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김현석/베이징=강동균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