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텀블러 음란물 차단에…다른 SNS로 갈아타는 이용자들

제 2 소라넷 사태 우려…방심위 "주시하고 있다"
텀블러 메인화면 캡처
"성인물은 인터넷에 사이트가 아주 많으니 거기에 맡기고 텀블러는 이제 안전하고 따뜻한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만 집중하기로 했다."

제프 도노프리오 텀블러 최고경영자(CEO)가 이번 음란물 게시 금지 조치에 관해 밝힌 입장이다. 제프 도노프리오 CEO의 말처럼, 텀블러가 음란물 게시를 금지하자 이용자들은 보란듯이 다른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옮겨갈 태세다. 2016년 소라넷 폐쇄처럼 '풍선효과'만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텀블러는 오는 17일부터 성인물을 포함하는 게시물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텀블러가 말하는 성인물은 사람의 성행위를 묘사하거나 사람의 성기나 여성의 젖꼭지가 노출되는 사진, 동영상, GIF를 포함한다.

문제는 텀블러의 새로운 발표가 불법음란물 수요 자체를 줄이는 것이 아닌, 제 2의 텀블러만 양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 상에서는 텀블러의 정책으로 트위터가 반사효과를 얻을 것이란 말도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텀블러의 새 정책으로 기존 데이터가 삭제될 것을 우려해 백업하는 방법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러한 모습은 2016년 소라넷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몰카와 불법 음란물 등 유통의 주범으로 지목되던 소라넷이 폐쇄되자 다른 유사 사이트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소라넷과 유사한 주소를 가진 음란물 사이트가 대거 생겨난 것이다. 텀블러 또한 소라넷 이용자들이 옮겨간 SNS 중 하나로 꼽힌다.소라넷 사건 처럼 문제에 대한 조처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 풍선효과가 나지 않기 위해 음란물이나 불법촬영물 유통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조치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규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애플이 앱스토어에서 텀블러 앱을 삭제해서 일어났다는 지적에 이용자들의 비판과 조롱이 끊이질 않고 있다. 텀블러는 2017년 방심위의 음란물 삭제 요청을 한 차례 거절한 바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텀블러와 (불법음란물 유통과 관련해) 협의를 계속 진행중이다"며 "풍선효과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