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문화 가장 발달한 미국…세계적 '기부천사'도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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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자발적 기부 늘리려면미국은 세계에서 기부 문화가 가장 잘 발달한 국가로 알려져 있다. 미국 비영리단체 기빙US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인이 기부한 금액은 총 4100억달러(약 462조원)로 2016년(3732억달러)보다 5.2%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정부의 올해 예산 428조8000억원을 훨씬 뛰어넘는 금액이다. 종교 관련 기부가 31%로 가장 많았고, 교육(14%), 사회복지(12%), 자선 재단(11%), 건강(9%) 분야가 뒤를 이었다.
운용의 투명성·세제 혜택·기부자에 대한 존경 등 원인
빌 게이츠·저커버그·델…기부로 사회공헌자산 관련 전문지 크로니클오브필랜스러피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 부부가 지난해 48억달러를 기부해 기부액 1위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부부가 20억달러, 마이클 델 델테크놀로지스 회장 부부가 10억달러로 뒤를 이었다. 이들은 주로 자신의 이름을 딴 자선 재단을 통해 사회 각계에 도움의 손길을 건네고 있다.이 잡지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상위 50명 기부자의 기부액은 147억달러에 달한다. 기빙USA가 집계한 전체 기부액의 약 28%를 차지한다. 2016년 56억달러의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금액이다. 지난해에는 정보기술(IT) 관련 거부들의 기부액이 87억달러로 집계돼 50위 기부액 합계 중 60%를 차지했다.
올해도 굵직한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팀 쿡 애플 CEO는 지난 8월 애플 주식 2만3215주(약 497만달러)를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그는 2015년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고 밝힌 뒤 꾸준히 기부에 나서고 있다.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지난달 모교인 존스홉킨스대에 18억달러를 기부했다. 미국 교육기관에 기부한 금액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장학금, 수업료 대출금 탕감 등의 형태로 지급될 예정이다.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올해 자선단체 기부액으로 34억달러를 책정했다. 그는 792억달러로 추정되는 보유 재산의 99%를 기부하겠다고 밝힌 뒤 매년 보유한 주식의 5%를 기부하고 있다. 미국 언론은 버핏의 누적 기부 총액이 467억달러에 달한다고 전했다. 세계 최고 부호임에도 기부에 인색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도 지난달 노숙인 지원 단체 24곳에 9750만달러를 내놨다.
기부자들을 ‘레인메이커’로 부르며 존경
전문가들은 미국의 기부 문화가 활성화된 이유로 기부금 운용의 투명성, 세제 혜택, 사회적 분위기 등을 꼽는다. 미국에서는 170개 이상의 비영리단체 평가기관이 기부금 운용을 감사해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부에 나선 고소득층(연소득 20만달러 이상)의 절반 이상은 ‘자선 단체에 대한 신뢰’를 기부 사유로 꼽았다. 크로니클오브필랜스러피는 “기부자는 모두 사회가 변화하길 원하는 활동가”라며 “다만 자선사업은 사회적으로 권력을 지니는 장치가 될 수 있으므로 면밀한 조사가 동반돼야 한다”고 했다.기부금에 대한 소득공제를 총소득의 50%까지 인정해주는 등 각종 세제 혜택도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이 많다. 자신이 소유한 주식을 기부하면 20%까지는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부자들을 ‘레인메이커’로 부르며 존경의 시선을 보내는 것도 기부를 촉진하는 요인이다. 레인메이커는 기도를 통해 가뭄에 단비를 내리게 하는 주술사를 일컫는 인디언 말에서 유래했다. 지금은 사회 소외 계층에 비를 내려주듯이 기부를 많이 하는 사람을 부르는 호칭이다.
부자들만 기부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 전체 기부액 중 일반인 기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동네 체육관, 학교, 연극장 등에 소액이더라도 기부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잡았다. 어릴 적부터 교육과정을 통해 나눔과 기부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것도 기부 문화가 뿌리내리게 된 이유다. ■NIE 포인트
미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기부 문화가 활성화된 이유가 무엇인지 정리해보자. 세계적인 ‘기부천사’들은 누구이고, 어떤 방식으로 기부하는지 알아보자. 한국과 미국의 기부 문화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토론해보자.
김형규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