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앙 부른 학자에게 노벨상?…비판론 '고개'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예일대 윌리엄 노드하우스 교수(77)는 기후변화와 관련한 경제모형ㆍ이론 개발에서 주요 업적을 남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온실가스 저감에 따른 경제적 영향을 분석해 가장 효율적인 온실효과 개선방안을 모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그러나 상대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저감보다는 경제성장에 치우침으로써 각국의 기후변화 정책을 오도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저명 인류학자이자 영국 왕립예술원 회원인 제이슨 히켈은 6일 외교 전문사이트 포린폴리시 기고를 통해 노드하우스 교수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평가를 받고 있을지 모르나 기후과학자와 생태학자들의 견해는 다르다면서 각국이 기후변화 대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은 배경에 그의 주장이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공공연히 기후변화 대책보다 성장을 중시하는 입장을 취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예로 들면서 노드하우스 교수의 주장은 도덕적으로, 과학적으로 문제가 있지만, 경제학자들과 각국의 정책입안자들은 현상 유지에 대한 정당성과 함께 어려운 결정을 미룰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그의 주장에 줄을 서고 있다고 혹평했다.그는 정부간기후변화패널(IPCC)이 첫 기후변화보고서를 낸 지 거의 30년이 지났고 각국이 파리기후변화협정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다짐했지만 여전히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일로에 있는 것은 각국이 노드하우스 교수 주장을 선호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노드하우스 교수는 지난 1990년대 경제성장이 탄소배출에, 그리고 반대로 기후변화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첫 모델들을 고안해냈다.

그가 고안한 기본 메커니즘이 현재 IPCC가 사용하고 있는 모델들에 적용되고 있을 만큼 분야에 대한 그의 기여도는 인정받고 있으나 문제는 노드하우스 교수가 특정 정책어젠다를 주장하기 위해 그의 모델을 이용해온 점이라고 히켈은 지적했다.노드하우스 교수는 각국이 과학자들의 지적에 따라 기후변화 예방을 위해 급격히 탄소배출을 줄일 경우 이는 경제성장률을 심각하게 낮추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과학자들의 경우 기후변화를 저지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한다는 확고한 입장이나 경제성장을 우선시하는 노드하우스와 같은 경제학자들의 경우 이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노드하우스 교수는 자신의 경력 내내 이른바 기후변화와 GDP 성장간 균형을 모색하는 데 주력해왔으며 유명한 1991년 보고서 '성장을 늦춰야 하느냐, 늦추지 말아야 하느냐'에서 단호하게 후자를 주장했다.성장을 위태롭게 하는 기후 온난화에 너무 치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 주장의 근거로 탄소배출을 급격히 줄일 경우 현세대 주민들이 부담해야 할 경제적 비용이 미래 세대를 보호함으로써 얻는 혜택보다 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미래 세대는 지금보다 더 부유할 것이기 때문에 문제에 보다 잘 대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논리를 바탕으로 지구 온도를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섭씨 3.5도까지 계속 올리는 게 경제적으로 합리적이라고 주장해왔다.

IPCC가 지향하는 상한선인 1.5도를 훨씬 상회하는 것이다.결국 현재 세계 각국의 기후변화 정책은 경제성장 논리에 묻혀 '3.5도'를 향해 가고 있는 셈이라고 히켈은 개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