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와 희망'으로 일군 '맨주먹 무역神話' 가슴 뭉클한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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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29초영화제 시상식흔들리는 영상 속 조금은 어색한 목소리가 흐른다. “당시 저는 실제로 터키 이스탄불에서 무역과 시장 개척을 하고 있었습니다. 숙소 예약도 없이 오로지 시장 개척 하나만을 바라보고 갔습니다.” 언어의 장벽은 높았다. 현지에 도착해서 숙소도 겨우 찾았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랬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무모함이었다. 영상 속 목소리는 솔직히 고백한다. “지금 하라면 못하겠다”고. 가진 것은 열정과 용기뿐이었다. 한국의 무역 규모가 2조달러를 바라보는 오늘, “지금도 대한민국 무역은 많은 시장 개척 근로자들의 용기로부터 시작된다”는 내레이션은 먹먹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무역협회·한경 공동주최
오상우 감독 '무역은 용기…' 대상
이동진 감독 '무역은 희망…' 특별상
어제 '무역의 날 기념식'서 상영
최덕현 감독은 최우수상 받아
청소년부 대상엔 장동혁 감독
총 202편 출품…12편 수상
오상우 감독이 ‘무역 29초영화제’에 출품한 영상 ‘무역은 용기입니다!’의 화질은 좋지 않았다. 디지털 촬영이 활성화되지 않았던 15년 전 촬영한 영상을 복원해서다. 이 작품은 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트레이드타워 대회의실에서 열린 영화제 시상식에서 일반부 대상을 받았다. 한국무역협회와 한국경제신문사가 주최하고 29초영화제사무국이 주관한 이번 영화제는 ‘제55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 맞춰 열렸다. 이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기념식에서 행사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서도 오 감독의 작품과 일반부 특별상을 받은 이동진 감독의 ‘무역은 희망입니다!’가 상영됐다.
영화제 주제는 ‘무역은 [ ]이다’였다. K팝 반도체 한류 한식 등으로 한국의 위상을 세계에 알린 무역의 힘을 확인하고 운동화 화장품 패션 등과 관련한 일상의 무역에 얽힌 이야기도 다뤘다. 지난 10월18일부터 11월12일까지 응모 기간 총 202개 작품이 출품됐다. 이 중 일반부 7개, 청소년부 5개 등 12개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한 심사위원은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눈길을 끈 가운데 현업에서 뛰는 무역인들이 보면 가슴 뭉클할 만한 감동적인 작품도 많았다”고 말했다.
일반부 특별상을 받은 이동진 감독의 ‘무역은 희망입니다!’도 무역인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더운 나라에서 오랫동안 일했다는 할아버지와 수출에 관련된 일을 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준다. 매일 바쁜 아빠는 무거운 짐을 많이 들고 차로 이동 중에 김밥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하지만 누가 뭐라 해도 아이에게는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멋진 아빠’다. “무역은 우리 가족의 희망입니다.” 아빠를 바라보는 아이의 목소리로 영상은 끝맺는다.
무역은 상대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된다는 뜻을 담은 최덕현 감독은 ‘무역은 대한민국 외교 사절단이다’라는 제목으로 일반부 최우수상을, 누군가에게는 일터, 누군가에겐 생활, 누군가에게는 선물이 되는 무역으로 우리의 일상을 조명한 박재혁 감독은 ‘무역은 함께 한다’로 일반부 우수상을 수상했다.
청소년부 수상작은 무역의 의미를 찾는 데 초점을 맞춘 작품이 많았다. 청소년부 대상을 받은 장동혁 감독의 ‘무역은 인연이다’는 무역의 역할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다. 우리가 듣는 음악이 어떻게 미국으로 가고 영화와 드라마는 아프리카로 전해지는지, 학용품이 북한에 이르고 카카오와 커피가 어떻게 오갈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우리의 수출품들이 모이고 모여 세계가 연결되고 지구촌은 하나가 된다’는 의미에서 ‘무역은 인연’이라는 제목이 와닿는다. 미국과 일본, 북한 국민의 모습을 재치 넘치는 모습으로 표현해낸 것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청소년부 최우수상을 받은 박시현 감독은 ‘무역은 당신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를 통해 우리에게 고향이 있듯 일상에서 사용하는 모든 것에도 만들어진 고향이 있고 어떻게 우리 곁에 올 수 있었는지를 설명했다. 우수상을 차지한 한지수 감독은 ‘무역은 모든 것이다’에서 무역이 없어지면서 건물, 옷, 카메라와 많은 물건도 함께 사라지는 모습을 재치 있는 노래 개사와 함께 풀어내 호평을 받았다.
이날 시상식에는 한진현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이봉구 한국경제신문 경영지원실장, 조일훈 편집국 부국장과 수상자 및 가족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일반부 대상 500만원, 청소년부 300만원 등 수상자들은 총 20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