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개정안 국회 비준…내년초 발효시 첫 '트럼프 FTA'

美 픽업트럭 관세 20년 연장·美 안전기준 차량 수입 5만대로 확대
ISDS 중복 제소 방지·반덤핑 관세율 계산방식 공개
국회가 7일 본회의에서 정부 제출 원안대로 통과시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정 비준 동의안은 이제 내년 초 공식 발효라는 형식적 절차만 남겨뒀다.정부는 국회의 비준동의로 내년 초 개정안 발효에 필요한 국내 절차를 완료한다는 목표를 달성한 데 이어 가급적 빨리 미국과 조율해 한미FTA 개정협정을 발효시킬 방침이다.

국회 비준동의 이후에는 각자 상대국에 국내 절차 완료를 서면으로 통보하고 통보 후 60일 또는 양국이 달리 합의하는 날에 협정이 발효한다.

이번에 비준 처리된 개정협정안은 이미 지난 9월 산업통상자원부 홈페이지(www.motie.go.kr, www.fta.go.kr)에 공개된 바 있다.개정안은 원래 개정 의정서 2건, 공동위원회 해석, 합의의사록과 서한교환 등 총 8건의 문서로 구성됐으며, 국회에서 이날 통과시킨 건 개정 효과와 직접 관련된 개정 의정서 2건이다.

국회 비준동의 과정에서 정부가 이미 공개한 개정안 내용과 추가되거나 달라진 내용은 없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자동차 분야에서는 원래 미국이 2021년 1월 1일 철폐할 예정이었던 화물자동차(픽업트럭) 관세를 20년 더 유지해 2041년 1월 1일에 없애기로 했다.현재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미국산 자동차는 제작사별로 연간 2만5천대까지 미국 자동차 안전기준(FMVSS)을 준수하면 한국 자동차 안전기준(KMVSS)을 충족한 것으로 간주하는데 이를 5만대로 늘리기로 했다.

미국산 자동차를 수리하기 위한 자동차 교체부품도 미국 안전기준만 충족하면 된다.

또 우리나라가 앞으로 차기(2021∼2025년) 연비·온실가스 기준을 설정할 때 미국 기준 등 글로벌 추세를 고려하기로 했다.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개정을 위해 오는 17일까지 의견 수렴중인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 우대제도'의 경우 한미FTA에 합치하는 방향으로 올 연말까지 개정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이 제도는 임상적 유용성이 개선되고 국내에서 임상시험을 수행하며, 연구개발(R&D) 투자 등 국내 보건의료 향상에 기여도가 높은 신약의 약값을 우대해주고 보험등재 기간을 줄여주는 장치다.

심평원은 작년에 초안을 공개했는데 당시 미국은 그 내용이 한미FTA 원칙과 위배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한미FTA는 의약품 또는 의료기기의 가격산정·급여 또는 규제와 관련된 모든 사안에 대해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모든 조치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이며 공평한 방식으로 운영되도록 보장한다고 규정하는데 이 제도 개정안은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다.

양국은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S)의 남소를 제한하고 정부의 정당한 정책권한을 보호하기 위한 요소를 개정 협정문에 반영했다.

특히 다른 투자협정을 통해 ISDS를 시작한 경우 같은 사안에 대해 한미FTA를 통해 다시 ISDS 절차를 개시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했다.

예를 들어 여러 국가에 법인을 보유한 다국적기업이 우리나라가 유럽 등 다른 국가와 체결한 FTA를 근거로 ISDS를 제소했다가 패소한 경우 다시 한미FTA를 통해 ISDS를 진행할 수 없다.

개정협정은 미국이 우리 기업에 대한 무역구제(수입규제) 조사를 할 때 반덤핑·상계관세율 계산방식을 공개하고 현지실사 절차를 규정하도록 했다.

무역구제 조사에 최소한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협정문에 관련 절차를 명시해 이를 어길 경우 정부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할 근거를 마련하는 효과가 있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3월 한미FTA 개정협상안을 원칙적으로 타결한데 이어 9월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서명까지 마쳤다.

미국의 경우 한미FTA 개정은 미 의회의 비준이 아니라 '협의'만 거치면 되는데 지난 8월에 이미 관련 절차가 마무리됐다.산업부 장성길 한미FTA대책과장은 "한미FTA 개정협정은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기존에 미국이 체결한 FTA 가운데 가장 먼저 타결되고 비준된 것"이라며 "다만 앞으로 미국의 자동차 232조 조치(관세 25%) 부과 여부, 미중 무역분쟁이라는 변수가 주요 통상현안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