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목의 선전狂 시대] 산업료 전기료 올리는 한국, 2조원 깎아주는 中 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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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1월부터 3년간 전기료 감면중국 선전시가 지역 소재 기업들의 전기료를 앞으로 3년간 124억8100만위안(약 2조285억원) 감면합니다.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등 첨단 제조업을 중심으로 1만5000여개 기업이 수혜를 입을 전망입니다. 지원을 늘려 더 많은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목표에서입니다. ‘탈(脫)원전’ 가속화로 기업들에 대한 전기료 인상을 준비하고 있는 한국과 대비됩니다.
기업별로 15~20%씩, 많게는 수천억원 수혜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한국 경쟁업체들 화색
선전 시정부는 최근 기업들에 대한 전기료 대폭 감면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일반 제조업은 1㎾h당 5.5펀(分, 약 9원), 첨단 업종은 8.5펀(약 14원) 씩이다. 전기료 감면은 11월분 전기료부터 3년에 걸쳐 실시됩니다. 선전시는 기업들의 전력 사용 예상량 등을 근거로 감면에 따른 지역내 기업들의 전기료 부담 감소가 124억8100만위안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전기 사용량이 많은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가장 큰 수혜를 볼 전망입니다. 선전에 8.5세대 LCD(액정표시장치) 공장 두 개를 가동하고 있는 CSOT는 전기료 감면에 따른 비용 절감이 3년간 7억5000만위안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기존 전기료 부담의 75% 수준이죠. 예정대로 내년부터 11세대 LCD 공장이 가동을 시작하면 전기료 부담 감소폭은 더 클 전망입니다.선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중국 1위 전기차 및 배터리 제조업체 BYD도 계열사에 따라 7~17%의 전기료 부담 감소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중국 5위 배터리업체 BAK 역시 부담이 20% 이상 줄어들며 연 900만위안 이상의 전기료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대부분의 생산시설을 인근 도시로 옮긴 화웨이도 본사 및 연구소를 중심으로 수혜를 볼 전망입니다.
선전시는 특히 기업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지원 절차도 이번 기회에 손봤습니다. 시가 지원 대상 기업과 지원폭을 산정해 전기료 부과 단계에 감면분을 반영하기로 한 것입니다. 과거에는 기업이 먼저 본인이 지원 대상인지 알아보고 복잡한 신청 서류를 제출해야 했습니다.선전시는 전기료 감면을 통해 더 많은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한다는 계획입니다. 기업 활동으로 시 재정이 풍족해진만큼 이를 다시 기업 환경 개선에 투자해 더 많은 기업들이 선전으로 유입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서입니다. 연초 선전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2조2438억위안(약 380조원)으로 인접한 홍콩(2조6626억홍콩달러·약 364조원)을 최초로 앞질렀습니다.
기업들은 크게 반겼습니다. BAK의 CFO(최고재무책임자) 거충탄은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거짓말로 생각했다”며 “지원금 신청절차를 없앤 세심함도 돋보였다”고 말했습니다. CSOT의 뤄훙위안 기술담당 임원은 “이번 전기료 감면은 사업 자체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수준”이라며 “많은 기업들이 선전에 투자를 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고 기뻐했습니다.
디스플레이와 배터리는 사용 전력량이 많은 대표적인 첨단 산업이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의 대형 공장 한 곳이 매년 수천억원의 전기료를 지출합니다. CSOT가 공격적으로 LCD 설비를 확충하며 LG디스플레이 등의 LCD 사업부문은 수익성 감소에 직면해 있습니다. BYD와 BAK는 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LG화학 및 삼성SDI와 경합 중입니다.이런 가운데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심야 시간부터 산업용 전기료를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습니다. 중국 현지 한국 기업 관계자는 “한국이 첨단 제조업에서 언제까지 우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선전시는 “선전에 공장을 지으면 외국 기업에도 동일한 전기료 감면이 적용된다”며 “외국 기업도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선전=노경목 특파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