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 삼남매 계열 분리 시나리오 멀어지나

그룹 지배구조 이미 이재용 부회장 중심으로 재편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이동엔 "최측근 할수 있는 복지사업 운영에 주목" 분석

삼성물산 이서현(45) 전 사장이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으로 이동하면서 삼성가 삼 남매의 계열 분리 시나리오가 다시 주목을 끌고 있다.지난 6일 이서현 전 사장이 복지재단 이사장에 선임됐다는 발표가 나자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향배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면서, 직원들도 다소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사실 삼성그룹이 3세 경영체제로 들어가면서 신라호텔은 이부진 사장이 가져가고, 삼성물산 패션 부문(옛 제일모직)과 제일기획은 이서현 신임 이사장의 몫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삼성물산의 패션 부문은 이서현 이사장 쪽으로 떨어져 나가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었다.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시나리오의 현실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일단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이미 이재용 부회장 중심으로 재편된 게 첫째 이유다.

삼성물산의 경우, 9월 말 기준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17.0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은 각각 5.47%씩 갖고 있다.

이부진 사장은 호텔신라 사장이지만 지분을 보유하지는 않고 있다.

또 삼성에스디에스도 이재용 부회장 보유 지분이 9.20%로 이부진·서현 자매가 각각 보유한 3.90%를 합친 것보다 많다.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9일 "그룹을 인위적으로 찢기에는 덩어리가 큰 데다 2세들이 분리해 성공한 사례가 적어 3세들은 인위적인 분할 가능성이 작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삼성물산과 삼성에스디에스 지분은 삼 남매가 각각 6대 2대 2씩 보유해 자매 보유 지분을 합쳐도 과반이 되지 않는다"며 "이부진·서현 자매는 소액 지분을 보유하면서 원하는 기업 경영이나 사업을 하는 방향으로 가는 쪽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기업분석부장은 "당장 삼성그룹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 문제 등 중요 현안부터 해결돼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아예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지금 논의 대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서현 이사장의 경우, 삼성물산 패션 부문 사장에서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위상이 격상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삼성 관계자는 "이서현 이사장이 패션에 관심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모친과 오빠인 이 부회장과 매우 가까워 최측근만 할 수 있는 복지사업과 미술관 운영을 맡게 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서현 이사장은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해 2015년 삼성물산 패션 부문 사장에 취임해 섬세한 리더쉽을 발휘하면서 구조조정과 신사업 전략을 과감하게 추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패션 부문은 아직 기대만큼 큰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2016년 매출 1조8천430억원에 45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가 작년에 매출 1조7천495억원과 영업이익 326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그러나 올해 3분기까지 누적으로 매출 1조2천649억원에 12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호텔신라는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조5천208억원, 1천816억원이었다.

특히 해외사업 부문 영업이익이 3분기에 처음으로 흑자를 실현했다.호텔신라는 작년에 매출 4조115억원과 영업이익 731억원을 올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