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 윗세오름…한라의 중심에 서다
입력
수정
지면E3
여행의 향기
겨울 제주

크리스마스 박물관&카페

크리스마스 나무, 한라생태숲 ‘구상나무숲’춥고 외로운 겨울의 거리를 축복과 온기로 가득 채우는 일등 공신은 크리스마스트리. 크리스마스트리에 쓰이는 나무는 어떤 품종일까? 이 나무가 제주 한라산 구상나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서양에서는 크리스마스트리로 전나무를 오랫동안 사용해 왔지만 18세기 초 제주를 방문한 서양 신부들은 전통적 크리스마스트리 모양과 닮은 원뿔형 구상나무를 채취해갔고, 품종 개량을 거쳐 현재 가장 사랑받는 크리스마스트리 나무가 됐다. 그런데 정작 원산지인 우리나라에서는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제주 한라생태숲에서는 귀한 구상나무를 볼 수 있다. 구상나무는 형태도 아름답지만 향기가 좋아 구상나무숲에 들어서면 깨끗한 공기와 함께 향긋한 내음이 콧속으로 밀려온다.
빛으로 휘감은 비밀 갤러리-빛의 벙커: 클림트
태양이 뜨는 마을, 성산에 숨겨져 있던 벙커가 제주의 색을 고스란히 닮은 빛의 갤러리로 변모했다. 이곳은 국가 기간통신망을 운영하기 위한 해저 광케이블을 관리하던 2970㎡ 규모의 철근 콘크리트 건물이었다. 사용가치를 다해 잊혀지던 중 프랑스 몰입형 미디어아트 AMIEX를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결정됐고, 프랑스 외에 최초로 제주에서 선을 보이게 됐다. 프로젝터를 통해 화려한 레이저 그래픽을 콘크리트 벽에 쏴 새로운 공간을 연출하는데, 이번 전시는 구스타프 클림트를 중심으로 그와 동시대에 활약했던 작가들의 작품이 벙커 내부를 가득 채운다. 원화의 화려한 색채는 오직 빛으로 완벽히 구현돼 있어 음악과 함께 작품을 좀 더 액티브하게 감상하는 즐거움을 느껴 볼 수 있다.혹한을 견디는 신흥2리 동백마을&위미리 애기동백숲
한 땀에 마음을, 한 땀에 힐링을 가죽공방
나만의 속도로 한라의 중심에 서다-윗세오름
세상 만물은 자신만의 리듬으로 살아간다. 사람도 마찬가지. 같은 1년을 보냈어도 한 해를 살아온 각자만의 방식과 속도가 있기 마련이다. 내 인생을 남들의 보폭에 맞출 필요가 없듯, 등산도 마찬가지다. 한라산 중턱에 있는 윗세오름으로 가는 어리목 코스는 왕복 4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내 삶의 속도와 닮은 보폭으로 걷는 것이 윗세오름을 오르는 팁.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오르막 구간을 지나면 평탄한 사제비 동산과 만세동산 전망대를 만나고, 이내 윗세오름에 도착한다. 뒤로는 백록담이 있는 남벽이 보이고, 앞으로는 시야가 탁 트여 있어 세상이 열린 듯한 기분이 느껴진다. 한라의 중심, 윗세오름의 매력은 스스로 올라야 비로소 알 수 있다. 겨울철 한라산의 안전한 산행을 위해 11월1일부터 입산 시간은 오전 6시로, 입산 통제 시간도 낮 12시로 앞당겨졌다.
노을이 아름다운 행원육상양식단지&수월봉한낮을 밝혔던 태양이 붉은 물감을 흩뿌리며 내려와 새파란 하늘을 물들이고, 어느새 검푸른 태초의 색으로 바뀌는 순간. 낮과 밤의 경계에 서는 그 찰나의 시간을 마주하려면 묵묵한 기다림밖에는 답이 없다. 제주 일몰 포인트는 주로 서부권을 떠올리지만 동부권에서 보는 일몰도 매력적이다. 구좌읍 행원육상양식단지는 바다와 오름, 풍차와 어우러진 노을을 감상할 수 있고, 산책로가 조성돼 일몰을 기다리며 잠시 걷기에도 좋다. 서쪽 일몰 스폿인 수월봉은 높은 곳에서 차귀도를 바라보며 수평선으로 사라지는 노을이 멋진 곳이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