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한일기업 참여 재단설립 통한 강제동원 해소안에 부정적"

한국 일부 전문가들 제기…일 내부서 "항구적 해결 보증 없어"
한국 법원의 강제동원 손해배상 판결 이후 계속되는 한국과 일본 간 갈등 해소를 위해 양국 기업이 참여하는 재단을 설립하는 방안이 제기되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이에 부정적이라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니혼게이자이신문은 9일 한국 내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현금을 지급할 재단을 설립하는 안이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어 일본 정부로서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개인 청구권이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해결이 끝났다는 입장인 데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화해·치유재단이 막 해체된 상황이어서 불신감이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법원의 일본 기업들에 대한 강제동원 손해배상 판결이 잇따르고 있지만 일본 정부와 피고 측 기업들은 판결 결과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이런 가운데, 한국 내 전문가들과 언론 일부를 중심으로 한국 정부와 양국 기업 등이 재단을 함께 설립해 피해자 배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일본 기업들이 배상 판결을 이행할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을 고려해 독일이 동유럽 국가들과의 관계에서 실행한 '기억·미래·책임 재단'과 같은 형태의 재단을 만들어 피해자를 구제하자는 것이다.

앞서 세종연구소 진창수 일본연구센터장은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와 한일기업이 참여하는 재단설립을 제안하며 "한국 정부도 청구권협정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역할을 하고, 협정으로 혜택을 본 한국 기업과 일본 기업이 함께 돈을 내는 방법이 현실적"이라고 말한 바 있다.다만 이와 관련해서는 한국 국내에서도 일본 정부와 기업의 제대로 된 사과와 피해자들의 이해 없이 성급히 재단이 설립되면 오히려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는 재단설립을 통한 해결 방안에 대해 한일관계에 정통한 일본의 전직 외교관이나 학자 사이에서는 '과거에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5억 달러의 경제협력금을 지급했다'는 점을 들며 부정적인 의견을 내는 목소리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가 '해결이 끝났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에 의무적으로 재단에 참여하라고 강요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설명했다.신문은 한국 정부가 화해·치유재단의 해산을 일본에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재단을 설립해도 강제동원 문제의 항구적인 해결로 이어질 것이라는 보증이 없다"는 외교 소식통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