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용역갑질' 온상이던 서울디지털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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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우 지식사회부 기자 jwp@hankyung.com“2교대로 일하는 경비 인력을 폭염이 내리쬐는 동안 주차업무뿐 아니라 공사 ‘노가다’에까지 동원했어요. 허위 초과근무로 돈을 빼돌리던 재단이 ‘돈이 없어서 그랬다’고 하니 서울시가 이 수준인가 싶었습니다.”
최근 성희롱과 허위 초과근무 등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서울디지털재단은 ‘용역 갑질’의 온상이기도 했다. 60대, 70대 어르신인 재단 경비·시설·미화 인력은 재단과 계약을 맺은 용역사를 통해 고용돼 작업 지시를 받았다. 2교대로 근무하는 경비 인력은 대부분의 행사 뒤처리와 공사에 동원됐다. 기록적인 폭염이 닥친 지난 8월에는 재단 내 건축물이 들어설 부지 터닦기 작업을 시설·미화 인력이 맡아야 했다. 같은 달 서울시 지시로 진행된 태양광 패널 설치작업엔 경비·시설·미화 인력이 일부 동원됐다. 시설직원을 사직서도 받지 않고 무단해고했다가 고용노동부에 고발당하기까지 했다.‘갑질’은 추석 연휴에도 반복됐다. 재단의 지시로 경비원들은 연휴에도 출근해 재단 건물 전체에 걸쳐 왁스작업을 했다. 같은 용역사에 속한 미화원들은 용역소장에게 식사 밑반찬과 간식을 대접했다. 이를 거부하면 ‘잘라버린다’는 폭언을 들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재단 지하에 있는 용역 인력의 숙소 천장엔 실링도, 환기 시설도 없었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는 동안 재단 고위직들은 수천만원을 재단에서 허위 초과근무 등으로 빼돌렸다.
서울디지털재단의 비위사실을 서울시가 이미 알고서도 묵인했다는 의혹도 있다. 제보자들은 8월 민원을 넣었고, 11월7일까지 처리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지난달 6일 시의회에서 같은 문제가 제기됐고, 다음날 서울시 관계자들은 재단 관계자들을 불러 관련 사실을 파악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기사가 나가고서야 지난달 22일부터 감사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서울시가 재단 관계자들을 부른 7일부터 2주 넘게 재단 내부 비위 의혹을 알고서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인터뷰 말미에 재단 여러 직원은 이구동성으로 얘기했다. “위에서 예산을 빼돌리고, 서울시는 묵인하는데 박원순 시장이 말하는 ‘노동존중’이 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