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잇단 KTX사고, 나사 풀린 공기업 현주소 아닌가

강릉선 KTX 열차 탈선은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사고였다. 강릉역을 출발해 서울로 가던 열차가 출발 5분여 만에 선로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사고 구간 최고 속도는 시속 100㎞라는데 속도가 더 빨랐거나 열차가 선로 밖 비탈면으로 굴러떨어졌다면 끔찍한 대형 사고가 될 뻔했다.

이날 사고는 예고된 것이었다. 코레일이 운영하는 철도 구간에서는 최근 3주간 10건의 사고가 났다. 코레일은 지난달 비상안전 경영까지 선포했지만 바로 다음날 광명역에서 KTX가 또다시 말썽을 일으켰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감사를 공언했고 이낙연 국무총리가 재발 방지를 지시했지만 사흘 만에 또 사고가 났다.어떻게 국가 기간 철도에서 이렇게 사고가 일상화될 수 있나. 우연이 아니라 내부 기강 해이와 안전 불감증 등 구조적인 데 원인이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전대협 의장을 지낸 정치인 출신 오영식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과거 불법파업으로 해고된 노조원 98명을 복직시켰다. 취임사에서는 노조가 요구해온 SR(수서고속철도)과의 통합을 공언하기도 했다.

철도 문외한인 사장이 친노조 정책과 남북한 철도 연결 사업 등 정치적 문제에 주로 관심을 갖다 보니 노사 간 긴장이 풀어지면서 기강 해이가 심각해졌다는 지적이다. 최근 잇단 사고들이 차량 정비와 부품 교체가 제때 안 돼 발생했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다수의 경미한 사고 뒤 대형 사고가 터진다’는 ‘하인리히 법칙’이 현실화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더 큰 비극을 막기 위해서도 철저한 사고 원인 조사는 물론 코레일에 대한 전반적인 감사와 책임자 문책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