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최강한파'…개업 역대 최소, IMF 때보다 더 춥다 [#서울치킨맵]

서울 치킨집 개·폐업 뚝…분명한 이상 신호
IMF·금융위기보다 추운 '치킨 한파'

대형 브랜드 점포 수까지 한 풀 꺾여
중소·無브랜드 넘어선 '엑소더스' 그림자

대한민국 '대표 자영업' 치킨집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번화가 한집 걸러 한집이던 치킨집의 위상은 깎여나가고 있습니다. 유명세가 낮은 노브랜드(No brand) 자영업 동네 치킨집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젠 대형 프랜차이즈 치킨브랜드에도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습니다. 최근 BBQ의 치킨 가격 기습 인상에 이어 2018년 내내 치킨업계를 달군 배달비 문제, 닭고기 가격 인상까지 치킨 사장님들의 시름은 깊어만 갑니다.

이는 2018년 뉴스래빗 데이터저널리즘 #서울치킨맵 분석 결과입니다. 2017년 2월 첫 번째 [#서울치킨맵] 분석 결과와 비교하면 1년 10개월이 지난 2018년 12월 현재 서울 지역 내 치킨 시장엔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습니다.#서울맵은 서울시가 열린 데이터 광장에 공개한 음식점 식품위생업소 현황을 업종·지역·시기별로 분석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입니다. 서울 지역 내 자영업 소상공인의 현실을 시리즈로 보여드립니다.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뉴스래빗이 서울에서 개·폐업한 치킨집 전수를 분석했다. 서울시가 열린 데이터 광장에 제공하는 '식품위생업소 현황' 자료를 활용했다. 수백만 건 기록 중 치킨집을 구분하기 위해 업태가 '치킨(통닭)'이거나, 상호명에 '치킨'이 들어간 경우만 포함했다. 상호 이름에 브랜드명이 들어가있는지를 확인해 BHC·BBQ·교촌·굽네·네네·또래오래·페리카나 등 7개 프랜차이즈만 따로 구분했다.
서울 치킨집 수
1년간 '제자리'

2018년 12월 현재 서울 치킨집 수는 5677곳입니다.

뉴스래빗이 2017년 2월 첫 번째 [#서울치킨맵]을 선보였을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2017년 5664곳에서 1년동안 불과 13곳 늘었죠. 증가세라기보다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 가깝습니다.

치킨은 '국민 간식'입니다. 서울 식품위생업소 데이터로 추이를 살펴보니 20년여를 꾸준히 사랑받아 왔습니다. 서울 내 치킨집 수가 조금이라도 감소했던 때가 IMF 여파로 휘청이던 2000년,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뿐입니다.

배달앱 등으로 주문이 편리해지고, 양념·후라이드를 넘어 다양한 맛이 소비자의 입맛을 '취향 저격'하면서 치킨집은 서울에서 줄어들 줄 몰랐습니다. 승승장구하는 줄만 알던 치킨집 수가 이렇게 2~3년째 유지세인 현상은 분명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도별로 개업한 가게 수와 폐업한 가게 수를 각각 살펴보니 최근 치킨 자영업 동향이 심상치 않습니다.
2018년 개업 치킨집 '역대 최소'
IMF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적어

2018년 한해 서울에 새로 문 연 치킨집은 420곳입니다. 2016년 600곳, 2017년 478곳으로 지속 하락하고 있죠. 개업하는 자영업자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단 뜻입니다.

최근 20년 중 손에 꼽을 만큼 개업 매장 수가 적었던 해는 2000년 IMF 시기(579곳),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472곳) 당시인데요. 2018년 개업 매장 수는 이런 불황 당시보다도 더 적습니다. 경기가 안좋아지면 개업이 얼어붙는 흐름을 고려할 때, 분명 심상치 않은 조짐입니다.

폐업에도 '이상 기류'가 흐릅니다. 그래프의 흐름을 보면 폐업 수는 꽤 들쭉날쭉한 편인데요. 2014년부터 해마다 수십곳씩 많아지던 폐업 점포 수가 2018년 갑자기 뚝 떨어졌습니다. 2017년(548곳) 대비 140곳 이상 줄었죠. 치킨집 수가 안정된 건지 활기가 죽은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서울 치킨집 점포 수에 '이상 신호'가 켜진 것만은 분명합니다.

치킨 브랜드별 살펴보니
매장 수 늘던 BHC·굽네·네네 등 꺾여

매장 수 현황을 브랜드별로도 살펴볼까요. 지난해까진 프랜차이즈 치킨집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였습니다. 뉴스래빗은 2017년과 2018년을 비교해보기 위해 서울 치킨집 역대 개·폐업 기록 중 BBQ·BHC·교촌·굽네·네네·또래오래·페리카나 7개 브랜드 매장을 따로 추렸습니다.

지난해까지 서울 내 매장 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하던 BHC, 굽네, 네네 등 브랜드의 점포 증가가세가 변곡점을 맞았습니다. '감소세에 접어들었다'고까지 말하긴 어렵지만 확실히 한 풀 꺾였죠.

작년 중소·無브랜드에 이어
브랜드 치킨까지 '엑소더스' 그림자

2017년 2월 첫 [#서울치킨맵]의 화두는 '중소·無브랜드' 자영업자였습니다. 팽창만을 거듭하다가 변곡점을 맞이해 '치킨 엑소더스(exodus)'가 우려됐죠. 유명 치킨 브랜드 자영업자 가게에는 큰 영향이 없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2018년 들어 '대표 자영업' 치킨집 불황이 프랜차이즈 자영업자에까지 미친 게 아닐지 우려됩니다. 서울 내 전체 치킨집 수는 2017년과 대동소이하고, 개업과 폐업이 뜸해진 가운데 대표 프랜차이즈 치킨 브랜드 매장 수 증가가 한 풀 꺾였습니다. 치킨은 여전히 인기 메뉴이지만 치킨 자영업자의 세계는 브랜드·無브랜드를 막론하고 한 해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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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J 래빗 ? 뉴스래빗 대표 '데이터 저널리즘(Data Journalism)' 뉴스 콘텐츠입니다. 어렵고 난해한 데이터 저널리즘을 줄임말, 'DJ'로 씁니다. 서로 다른 음악을 디제잉(DJing)하듯 도처에 숨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발견한 의미들을 신나게 엮여보려고 합니다.

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한경닷컴 기자 jongg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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