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조네스 4인방', 롯데홈쇼핑 패션을 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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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人스타2016년 9월24일 롯데홈쇼핑은 TV 생방송에 직접 개발한 자체상표 LBL을 선보였다. 코트 한 벌에 49만원이었다. 10만원대 코트를 팔던 TV홈쇼핑치고 비쌌다. 100% 캐시미어 소재를 썼다는 것 말곤 내세울 게 없었다. 그런데도 잘 팔렸다. 3시간 방송에 주문액 110억원을 기록했다. 롯데홈쇼핑 패션 방송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 LBL은 승승장구했다. 올 상반기까지 채 2년이 안 돼 누적 주문액 2000억원을 기록했다.
롯데홈쇼핑 LBL 성공 주역…패션상품개발팀 4人
경쟁사 프리미엄 패션 흥행에
롯데, LF 출신 2명 영입해 맞불
"너무 비싸" 사내 반대에도 캐시미어 100% 제품 승부
2년 만에 주문 2000억 돌파
이 LBL을 만든 게 롯데홈쇼핑 패션상품개발팀이다. 여성 네 명(이민영 팀장, 박하나 수석, 강온유·김민지 대리)으로 이뤄진 이 팀을 회사 내부에선 ‘아마조네스 4인방’으로 부른다. 이들의 강력한 추진력이 회사를 구했다는 의미도 있다.시작은 단순했다. 2015년 CJ오쇼핑 GS홈쇼핑 등 경쟁사가 프리미엄 패션에서 잇달아 ‘대박’을 터뜨리자 롯데홈쇼핑은 다급했다. 그해 프리미엄 패션 PB 만들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하지만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물건만 떼다 파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상품을 기획까지 하기 위해선 제조를 아는 사람이 필요했다. 패션기업 LF 출신인 이 팀장과 박 수석을 영입했다. 이들은 GS홈쇼핑에서 PB ‘쏘울’을 만들었던 경험도 있다.
이 팀장은 “여성이면 누구나 가치를 다 아는 캐시미어 100% 제품으로 승부하자”고 제안했다. 3대째 캐시미어와 천연 울 소재만 만드는 이탈리아 브레스키가 파트너 회사로 정해졌다. 하지만 이후 곧바로 난관에 부딪혔다. 내부 직원들부터 저항했다. ‘홈쇼핑은 저렴하다’는 생각이 강했던 탓이다. 롯데홈쇼핑은 내부 패션 상품기획자(MD) 강 대리와 김 대리를 발령냈다. 외부 전문가와 내부 직원이 함께 융합하라는 의미였다. 강 대리는 “비싼 게 팔릴지 나 자신도 반신반의했다”고 회상했다. 이 팀장은 “쇼호스트, 프로듀서(PD), 마케팅팀, 홍보팀 등과 제품 출시 6개월 전부터 진행 상황을 모두 공유했다”며 “누구나 아는 캐시미어란 소재로 특화한다면 빈약한 브랜드를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줬다”고 말했다. 현재는 LBL 신제품이 나오면 내부 직원들이 가장 먼저 산다. 내부의 ‘적’이 가장 적극적인 ‘팬’이 됐다.옷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다. 고급 소재를 제대로 다룰 줄 아는 제조사가 필요했다. 백화점 브랜드에 납품하는 협력사를 찾았다. 홈쇼핑과 일절 거래가 없던 이들 제조사는 모두 고개를 저었다. 백화점 브랜드로부터 거래가 끊길 것을 우려한 것이다. 이때 이 팀장이 내민 카드는 ‘동일 모델로 1만 벌 이상 주문하겠다’는 것. 한 모델당 500벌 안팎을 만드는 이들 제조사로선 군침이 돌 만했다. 거래는 이뤄졌다. 현재 4~5곳의 백화점 브랜드 협력사가 LBL 상품을 제조 중이다. 박 수석은 “마침 패션업계가 불황이라 일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LBL의 성장은 ‘진행형’이다. 지난 9월 선보인 롱니트는 봉제하지 않고 통째로 한 벌을 만드는 ‘무봉제 기법’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올해는 남성 라인까지 선보였다. 소재도 캐시미어 위주에서 거위털, 밍크, 무스탕 등으로 확대했다. 이 팀장은 “앞으로 홈쇼핑이 패션 분야에서 백화점을 대체할 것”이라며 “홈쇼핑뿐 아니라 오프라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미디어 커머스 등의 분야로 판매 채널을 확대하고 상품도 의류부터 침구, 식기, 소형 가전 등을 아우르는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