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수사 감시하겠다더니…피의자 자살에 침묵한 대검 인권부

현장에서

검찰 수사 후 목숨 끊은 피의자
헛구호 된 문무일 총장의 '인권옹호'

고윤상 지식사회부 기자
“검찰 수사를 받던 피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인권수사 감시기구라는 대검찰청 인권부는 뭘 하나요.”

한 검찰 고위직 출신이 지난 7일 유명을 달리한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에 대한 검찰의 태도를 보고 한 말이다. 이 전 사령관은 세월호 유족 사찰을 지시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왔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관계자는 이날 “군인으로서 오랜 세월 헌신해온 분의 불행한 일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영장 기각 이후 소환 일정 조율 등 접촉한 적이 없다”며 수사 책임론엔 선을 그었다.현 정부 들어 검찰의 ‘적폐수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피의자는 이 전 사령관이 세 번째다. 지난해 10월 국정원 소속 변호사 정모씨에 이어 변창훈 서울고등검찰청 검사가 유명을 달리했다. 이때도 검찰 관계자는 “검찰에 출석할 때 언론에 노출한 적이 없다” “(압수수색 과정에)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 등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발언을 내놨다. 당시 검찰 안팎에서 “남 이야기 하듯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피의자의 죽음을 검찰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압수수색부터 피의자 소환에 이르기까지 수사 과정은 어쩔 수 없이 강제성이 동원된다. 하지만 수사 효율성을 위해 개인의 명예를 의도적으로 떨어뜨리거나 가족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방식을 동원하는 건 지양할 일이다. 명예를 중요시하는 군인에겐 수갑에 채워진 채 영장실질심사에 끌려가는 모습이, 검사에겐 자식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이 몸담은 검찰로부터 당한 압수수색이 그런 사례다.

인권수사를 강조해온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 7월 대검 인권부를 신설했다. 검찰의 주요 수사와 관련해 인권침해 사례를 찾아내고 견제하고자 설치한 기구다. 문제는 견제 기능의 작동 여부다. 후배 검사의 죽음에 애통함을 표했던 문 총장도, 인권부를 이끄는 권순범 인권부장도 피의자의 죽음에는 말이 없다. 내부적 의사전달을 넘어 대외적으로 견제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는 사안인데도 말이다. 한 현직 검사는 “사후적으로 문제를 살펴보는 방식에서 벗어나 진행되고 있는 수사에 적극 개입해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총장이 생각한 인권옹호기관으로서의 검찰이 지금의 모습인지 돌이켜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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