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단식풀면 협상"…손학규 "협상 끝날 때까지 몸바치겠다"

李, 개혁입법 위한 임시국회 제안…야 3당 단식농성장 방문해선 '설전'
"선거제, 개혁입법·김상환 인준안까지 연계 우려"

더불어민주당은 10일 개혁입법을 위해 야 3당과의 갈등을 해소해야 할 필요를 느끼면서도 며칠간 냉각기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신중한 태도를 나타냈다.민주당은 자유한국당 새 원내대표가 선출되는 11일 이후 임시국회 논의가 본격 시작될 것을 염두에 두고 야 3당에 손을 내미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으나, 내부적으로는 선거제 개혁을 고리로 한 야 3당의 추가 공세를 경계하는 기류가 역력했다.

민주당은 우선 정기국회 회기 종료 이튿날인 이날 곧바로 개혁입법을 마저 처리하기 위한 12월 임시국회 개회를 언급했다.
이해찬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렵사리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했다"며 "아쉬운 건 유치원 3법이 사립유치원과 한국당 반대로 통과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처벌 규정에 반대하는 한국당 입장이 잘 드러났다.

이를 2년간 유예하자는 타협안까지 냈는데 한국당이 거부했다"며 "임시국회를 열어 유치원 3법 통과를 위해 각별히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유치원 3법 처리가 좌절된 책임을 전적으로 한국당에 돌린 것이다.남인순 최고위원도 회의에서 "유치원 3법이 한국당의 발목잡기와 시간끌기로 처리되지 못했다"며 "한유총(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 한국당에 조직적으로 입법 로비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유치원 3법 외에도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 정기국회에서 미처 처리하지 못한 법안들을 임시국회에서 논의하고자 한다.

지난 4일 인사청문회를 마쳤으나,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반대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한 김상환 대법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도 대법원 공백 사태 해소를 위해 시급한 과제로 보고 있다.문제는 이를 위해 야 3당과의 공조가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유치원 3법이나 김상환 후보자에 대한 민주당과 한국당의 입장차가 워낙 뚜렷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런 사정을 의식한 듯 회의 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닷새째 단식농성 중인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를 방문, '야 3당 달래기'에 나섰다.

다만 민주당은 선거제 개혁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차원에서 논의될 문제이며, 선거제 개혁을 또다시 다른 국회 현안과 연계하려는 시도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해찬 대표는 손 대표를 방문한 자리에서 "손 대표가 단식 풀 때부터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했고, 손 대표는 "협상 끝날 때까지 몸을 바치겠다"고 해 대화가 평행선을 그렸다.

이 대표가 "왜 단식을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이자 손 대표가 "그러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왜 단식을 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왜 단식을 했느냐"고 맞받아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손 대표가 민주당과 한국당의 예산안 합의를 '야합'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선 이 대표가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라 빨리 통과시켜야 했는데 그걸 야합이라 하면 어떡하냐"고 응수했다.

이 대표는 농성장에 있던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와도 설전을 했다.

이 대표는 12월 임시국회를 소집하자는 정 대표의 제안에 "정개특위에서 (선거법 개정 문제를) 어느 정도 얘기하고 임시국회를 소집해야지, 내용이 없으면 뭐하려고 소집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일단 단식을 풀고 협의를 시작하자"는 말을 반복했다.

이 대표와 동행한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정개특위에서 논의할 수 있도록 정상화 해달라. 극단적인 대립으로는 합의안을 만들 수 없다"고 말해 이정미 대표와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야 3당의 입장이 워낙 완강한 데다 민주당도 물러설 기세가 아니어서 양측의 냉기류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영교 원내수석부대표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제 예산이 제대로 배분돼 성장동력의 마중물이 되는지 확인하고, 한반도 평화 문제를 뒷받침하는 데 집중해야 할 때"라며 "선거제는 정개특위 논의를 통해 좋은 안을 찾아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다른 원내 관계자는 통화에서 "예산안과 선거제를 연계한 것은 무리한 전술이었다"면서 "앞으로 개혁입법이나 김상환 후보자 임명동의안 등도 선거제와 연계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