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동영상 중간광고 '유튜브 따라하기'…"콘텐츠 제작자 모셔라"

팔로어 1만명 넘는 페이지…3분 넘는 동영상에 적용
사용자 빠져나가는 추세…'脫페이스북' 부추길 수도
페이스북이 지난 3일부터 동영상 중간광고를 도입했다. 동영상 제작자들을 끌어들여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와 경쟁하기 위한 전략이다. 사용자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페이스북은 8월부터 미국을 비롯한 5개국에서 동영상 중간광고를 시범적으로 적용했다. 지난달에는 아시아에서도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확대해 3일 한국을 포함한 인도네시아, 베트남에서 중간광고를 시작했다.광고는 최소 3분 이상 길이의 동영상에만 적용된다. 이용자가 동영상을 1분 이상 시청하면 광고가 나타나는 방식이다. 페이스북은 이용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페이스북 내 다수 영상이 3분을 넘긴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용자 대부분이 광고에 노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영상 중간광고를 달기 위한 조건은 유튜브와 비슷하다. 페이스북 페이지 팔로어 1만 명, 최근 2개월 내 동영상 조회 수 3만 회를 충족하면 된다. 광고 삽입이 승인되면 동영상에 자동으로 중간광고가 들어가고, 관리자가 영상 내 광고 위치를 조정하거나 광고를 비활성화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중간광고 도입이 콘텐츠 제작자와 기업들이 동영상으로 이용자와 소통하면서 동시에 수익도 창출할 수 있게 한 조치라고 설명했다.최근 페이스북은 사용자 수와 사용 시간 감소를 동시에 겪고 있다. 모바일 시장 분석 서비스 앱에이프에 따르면 10월 한 달 동안 국내 페이스북 월간 활성 사용자(MAU) 수는 약 740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감소했다. 또 다른 시장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10월 국내 이용자의 페이스북 사용 시간은 64억분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감소했다. 1위를 차지한 구글(378억분)의 6분의 1 수준이다.

영상을 선호하는 신세대, ‘Z세대’가 유튜브로 몰린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앱에이프에 따르면 국내 기준 10월 유튜브의 10대 MAU는 약 460만 명이다. 전국 10대 인구의 약 89%를 차지한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페이스북의 10대 MAU는 전년 동기 대비 17% 줄었다. 동영상 제작자들이 유튜브에 집중하면서 Z세대도 함께 이탈한 것이다.

페이스북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유튜브와 같은 길을 걷기로 했다. 영상 내 광고를 매개로 콘텐츠 제작자와 사용자를 함께 끌어들이자는 전략이다. 그동안 콘텐츠 제작자들은 페이스북 페이지 내에서 별개의 배너 광고나 동영상 광고를 달 수 있었지만, 영상 시청자를 직접 겨냥해 광고할 수단은 없었다. 광고 수단을 추가로 마련해 유튜브를 따라잡겠다는 계산이다.사용자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중간광고는 시청하는 영상 중간에 등장하는 광고기에 광고 회피율이 낮아 광고주들에겐 인기다. 그러나 사용자에겐 콘텐츠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여겨진다. 국내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광고가 더 붙는다면 아예 발길을 끊을 것” “유튜브를 따라가기엔 너무 늦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페이스북이 중간광고를 시행해도 큰 효과를 거두기는 힘들다는 의견이 나온다. 페이스북 성장세가 이미 꺾인 상황에서 역효과만 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디지털 광고업체 관계자는 “페이스북 광고로 많은 이용자가 피로를 느끼는데 중간광고까지 한다면 사용자 이탈만 부추길 수 있다”며 “유튜브로 넘어간 영상 소비와 영상 광고 트렌드는 쉽게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