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뷰어] "브라운 짝퉁은 가라"…필수육아템 '샤오미 체온계' 써보니

작고 가벼운 디자인, 심플한 조작 우수
작은 오차범위, 위생적 사용법도 장점
물기 등 이물질에 측정 정확도 떨어져
'중국산 제품'이라는 편견 역시 무시할 수 없어
<옥석 가리기, '블랙리뷰어'는 전자 제품 전문 리뷰입니다. 소비자 관점을 장착한 한국경제·한경닷컴 기자들이 직접 제품을 체험하고 솔직하게 평가합니다. 제 돈내고 사려는 제품의 제 값을 매기는 게 목표입니다. 전자 관련 소비재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담지만, 때에 따라 전혀 다른 제품에도 접근합니다.- 편집자 주>
샤오미 체온계는 샤오미의 생태계 기업인 미지아의 제품으로 지난해 가을 출시됐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2만원 선에 구입할 수 있는데 기존 비접촉식 체온계의 반값에 불과해 가성비가 우수하다.
'짝퉁'이었다. 지난해 4월 구입한 브라운 체온계 말이다. 마침 아기가 태어나 온라인으로 샀는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짝퉁이란다. 식약처는 지난 10월 해외 직구 브라운 체온계의 92%가 짝퉁이라 발표했다. 내가 산 건 정품이 아닐까 기대했지만 "역시나"였다. 헛웃음만 나왔다.그런데 이상했다. 짝퉁을 1년간 썼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38도 이상 고열이면 체온계는 빨간색 표시로 위험을 알렸고, 미열이 있으면 노란색으로 변했다. 해열제를 먹여 아이의 열이 내리면 녹색으로 바뀌었다.

측정 때마다 ±0.2°C 정도 오차는 있었다. 브라운 체온계가 부적합 판정을 받은 이유다. 하지만 실사용에는 큰 불편이 없었다. 예민하지 않은 성격 탓이라 생각된다.
샤오미 체온계(왼쪽)과 짝퉁 브라운 체온계(오른쪽) 모습. 두 제품은 체온을 측정하는 방식(접촉식과 비접촉식)에서 부터 디자인, 가격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무게와 크기는 비슷한 수준이다.
다시 중국 온라인쇼핑몰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샤오미의 '비접촉식 체온계'를 발견했다. 가격은 2만4000원. 20% 할인하는 11월11일 광군절에 1만8000원을 주고 샀다. 샤오미 마크가 붙어있지만 정확히는 샤오미의 생태계 기업 미지아의 제품이다. 배송까지 22일 걸렸다. 블랙프라이데이 등이 겹쳤지만 평균 배송기간은 지켰다. 잊을 만하면 배송되는 중국 해외직구의 묘미를 잠시나마 느꼈다. 같은 날 주문한 샤오미 '에어닷 무선 이어폰'은 한 달째 배송 중이다.

구성품은 심플했다. 체온계와 3장짜리 중국어 설명서가 끝. 중국어를 몰라 살짝 당황했지만 기우였다. 사용법을 익히는 데 5분이면 충분했다. 버튼은 본체 전면의 온도계 모양이 유일했다. 이 버튼을 누르면 전원이 켜졌고 다시 누르면 체온이 측정됐다. 전원 버튼은 따로 없다. 가만히 놓아두면 8초 후에 자동으로 꺼진다.
샤오미 체온계는 비접촉식 체온계로 이마에서 3cm 떨어진 곳에서 체온을 측정하면 된다. 거리와 각도, 측정 부위에 따른 오차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다만 피부에 물기가 있을 때는 정확한 측정이 불가능했다.
일반 비접촉식 체온계와 같이 센서 부분을 이마 중앙에 대고 버튼을 누르면 된다. 이마와의 거리는 3cm가 적당하다. 전원을 켜고 체온을 재는 데 2초면 충분했다. 체온 측정이 완료되면 진동과 함께 온도가 표시되는데 LED 알리창이 버튼 위에 있어 가독성이 좋은 편이다. 브라운 체온계와 달리 피부에 직접 닿지 않아 위생적이란 느낌도 들었다. 소아과 병원 등 단체로 체온 측정하는 곳에서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측정온도는 32도부터 42.9도까지. 섭씨(°C)와 화씨(°F) 온도도 설정 가능하다. 버튼을 8초간 누르면 단위가 바뀐다.

브라운 체온계의 장점인 연령별 발열 정도에 대한 색상 표시(빨간색·노란색·초록색)와 메모리 기능은 없다. 가격이 절반에 못미치긴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다.
가벼운 무게와 한 손에 들어오는 크기, 심플한 디자인은 샤오미 체온계의 최대 장점이다. 다만 중국 제품이라는 편견은 사용 내내 '제대로 측정되고 있나'하는 의구심이 들게 했다.
가장 중요한 체온 측정 성능은 꽤 우수했다. 한 주간 사용한 결과 오차범위는 ±0.1°C를 넘지 않았다. 측정 부위, 각도, 거리에 따른 오차가 있었지만 짝퉁 브라운과 비교하면 훨씬 나았다. 귀에 꽂는 브라운 체온계가 36.9~37.2도로 들쑥날쑥 할때 미지아 온도계는 36.9~37.0도 사이를 오갔다.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얼굴에 물기가 있을 때는 정확한 측정이 불가능했다. 예상치 못한 단점도 있었다. 21개월 아들의 체온을 측정하는게 여간 어렵지 않았다. 아이가 가만히 있지 않으니 실랑이가 이어졌다. 엎드리거나 옆으로 누워 잠든 경우에도 측정이 쉽지 않았다. 어두운 수면등 아래에서 이마를 찾아 측정하는 것도 어려웠다.

체온계 자체 성능은 '중국 제품은 싸구려'란 편견을 깼다.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저렴한 가격과 위생적인 사용법은 사후관리(AS) 걱정을 없애줬다.

단 높은 신뢰도를 원한다면 샤오미 체온계는 비추다. 중국산 제품이란 편견이 의외로 뇌리에 깊이 박혀 있었다. 사용하는 내내 '제대로 측정되고 있나' 하는 의구심이 생겼다. 반면 샤오미를 포함해 중국 제품에 대한 편견이 없다면 샤오미 체온계는 높은 만족도를 선사할 것이다. 2만원 내외 착한 가격과 작고 가벼운 디자인은 어떤 체온계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