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경제 정치불안에 '골병'…영국·이탈리아에다 프랑스까지

'노란조끼 시위'에 "유로존 기둥 뿌리뽑히는 소리"
이탈리아 포퓰리스트 예산·브렉시트 불확실성도 여전한 위협
유럽경제가 각국에서 불거진 정치불안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이탈리아와 유럽연합(EU)의 갈등,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혼란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프랑스 '노란조끼 시위'까지 악재로 등장했다.

11일 외신들에 따르면 현시점을 고려할 때 새로 등장한 프랑스 리스크는 독보적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CNBC방송은 "프랑스 시위의 위기가 커져 이탈리아가 이제 더는 유럽의 문제아가 아닐 지경"이라고 지적했다.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입지를 위협하는 노란조끼 사태는 현재 유로존 불확실성 그 자체가 돼버렸다.

EU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물러나 리더십 공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2019년 5월 유럽의회 선거를 치른다.

메르켈 총리는 그간 서방식 자유 민주주의라는 EU의 가치 공동체를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이자 포퓰리스트를 막는 방파제로 평가돼왔다.그와 함께 EU의 쌍두마차로 활동해온 마크롱 대통령은 노란조끼 시위가 반정부 운동으로까지 번지면서 위태로운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CNBC는 "프랑스와 독일이 EU의 기둥을 뽑아내고 있다"고 해설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전날 CBS 인터뷰에서 프랑스 시위가 글로벌 경제에 의심할 여지 없이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라가르드 총재는 "노동계층의 분노와 불만을 가라앉히기 위해 사람들 사이의 과도한 불평등, 고령화 사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리더십 공백과 같은 유로존 차원의 우려를 둘째치고 프랑스 경제는 이미 시위 때문에 물리적으로 거대한 손실을 보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프랑스소매협회는 노란조끼 시위가 지난달 17일 시작된 이후 10억 유로(약 1조2천800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정부는 치안 불안 속에 요식업 장사가 20∼50% 줄었다고 밝혔다.

프랑수아 아셀랭 프랑스중소기업협회 회장은 프랑스 신문 '주르날 뒤 디망슈'에 시위에 따른 회원업체 전체의 손실이 100억 유로(약 12조8천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관광업도 노란조끼 시위로부터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경제장관은 프랑스 파리의 상점들을 방문하며 "기업과 우리 경제에 재앙"이라고 말했다.

유로존은 이미 브렉시트를 둘러싼 진통, 이탈리아의 포퓰리스트 정권과 EU 지도부의 힘겨루기로 몸살을 앓아왔다.

이탈리아는 국채와 회사채 금리가 EU와의 갈등 속에 치솟고 있으며 국가신용도 우려 섞인 시선을 받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브렉시트가 무역 합의 없이 무질서하게 진행돼 영국이 새 관세체계에 적응해야 할 처지에 빠져들면 역성장이 빚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최근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두 상황을 미국 금융체계를 위협하는 단기 리스크로 지목했다.

이탈리아 국채에 대한 위험,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 때문에 위험자산에서 투자자들이 급격하게 탈출하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나아가 영국이나 유럽 은행들이 부실화하면 이에 노출된 미국 은행이나 다른 나라 은행을 통해 위기가 전염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브렉시트와 이탈리아 포퓰리스트 정권은 이미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리스크인 만큼 위협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UBS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탈리아와 영국에 악재가 닥쳐도 다른 지역에 비슷한 타격이 전이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골드만삭스의 포트폴리오 전략가인 크리스티안 묄러-글리스만은 CNBC방송 인터뷰에서 "이미 많은 안전장치가 있다는 점에서 이탈리아가 시장에, 유럽에 미칠 리스크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