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스마트 해썹'으로 식품안전 업그레이드해야

ICT 접목한 스마트 해썹 시스템
중요 공정 점검 효율성 제고 가능
식품 신산업 생태계 구축도 기대

전종민 < 스마트 HACCP·추진사업단장 >
국민 건강 및 행복과 직결되는 식품 안전은 모든 정부가 역점을 두는 정책 분야다. 현 정부도 ‘국민 건강을 지키는 생활 안전 강화’를 국정과제로 정했다. 지난 6월 발표한 ‘2018~2020 제4차 식품안전관리기본계획’에는 안전한 식품 생산 및 유통 기반 확립을 위해 해썹(HACCP) 적용 제품의 생산 비율을 2020년까지 86.2%로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하지만 최근 살모넬라균에 오염된 케이크로 인해 식중독 사고가 발생했고,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난백액(계란의 흰자) 가공업체와 케이크 제조업체가 해썹 인증업체로 밝혀지면서 해썹 제품에 대한 신뢰도 하락이 우려되고 있다.해썹은 식품 원재료부터 제조·가공·유통까지 모든 과정에서 위해 요소를 분석·관리하는 가장 과학적이고 선진적인 식품 안전시스템이다. 해썹을 적용한다고 해서 모든 식품 사고를 차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제조 공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생물학적·화학적·물리적 위해 요소를 획기적으로 줄여 보다 안전한 먹거리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전 세계에 4차 산업혁명 물결이 휘몰아치고 있다. 국내외 산업 전반에 최신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가상현실(VR)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적용된 스마트 팩토리가 구축되고 있다. 식품 분야도 대기업 중심으로 전사적자원관리(ERP), 제조실행시스템(MES) 등의 도입과 함께 공정 자동화가 상당 부분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소규모 영세업체의 식품 안전 분야는 아직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해썹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중요관리점(CCP) 모니터링과 각종 기록관리라고 할 수 있다. 소규모 영세업체는 하루에도 몇 번이고 눈으로 일일이 확인해 수기로 점검·기록하는 수준이고, 스마트팩토리를 도입한 중대형 업체도 제조 공정의 수많은 디지털 식품안전정보를 아날로그 방식으로 관리하는 정도에 머물러 있다. 그러다 보니 해썹 관리에 적잖은 노력이 투입되고 비의도적인 착오나 도덕적 해이 등으로 자칫 식품 사고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이런 시점에서 식품 안전 해썹 관리에 새롭게 부각되는 패러다임이 ‘스마트 해썹’이다. 스마트 해썹은 CCP 공정에 대한 모니터링을 자동화하고, 각종 기록일지를 디지털화하는 해썹 기록 관리시스템이다. 스마트 해썹 플랫폼을 통하면 해썹 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특히 기록 관리의 전산화로 식품 사고 발생 시 데이터의 위·변조를 방지해 원인 분석과 대응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또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는 해썹 관련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범정부 플랫폼(ICT 기반 식품 안전 이력관리 통합 플랫폼)을 구축해 데이터 관리를 일원화하면 해썹 이력 추적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은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스마트공장추진단과 업종별 특화사업의 일환으로 소규모 영세업체를 대상으로 스마트 해썹 플랫폼을 시범 구축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다. 스마트 해썹 도입 업체에 대한 혜택 확대와 제도 개선을 모색하고 식품 분야 신산업 생태계 구축도 꾀할 계획이다. 식품 안전과 위생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스마트 해썹이 성공적으로 확산·정착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