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막차' 11월 가계대출 8조 증가…은행 주담대 2년래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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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1월 전 금융권에서 가계대출이 8조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의 가계대출이 6조7000억원 늘어 증가세를 주도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에 따른 선수요와 가을 이사철을 접한 전세대출 증가 등이 영향을 미친 결과다. 이에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2년 만에 최대 규모로 늘었다. 반면 신용카드사,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됐다.◆11월 가계대출 8조 증가…은행이 6.7조 늘어

12일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올 11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8조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10조원)보다 2조원, 전월(10조4000억원) 대비로는 2조4000억원 감소한 규모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 증가 규모는 68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4조5000억원) 대비 16조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11월에도 은행권 가계대출이 6조7000억원 늘어 대부분을 차지했다. 다만 증가 규모가 지난 10월(7조8000억원)보다는 적었다. 주택담보대출이 2년 만에 최대 규모로 늘었지만 마이너스통장대출 등 기타대출 증가 규모가 1조원대로 축소된 점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822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은행권 가계대출은 올해 10월 2016년 11월(8조8000억원) 이후 최대 규모로 늘어나는 등 증가 기조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특히 11월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4조8000억원으로 2016년 11월(6조1000억원)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10월(3조5000억원)보다 증가 규모가 1조3000억원 뛰었다.

DSR 관련 가수요와 함께 가을 이사철을 끼고 전세자금대출 증가세가 이어졌고, 기승인 중도금대출도 늘어난 결과란 분석이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1월 서울의 아파트 전세거래량은 1만2000건으로 7월(1만건)부터 1만건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9·13 부동산 대책 이후 주택매매가 얼어붙으면서 매매거래량은 4000건으로 전월(1만건)에서 뚝 떨어졌다. 올 10월 4조원대(4조2000억원)로 뛰어 2008년 통계 집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은행 기타대출은 11월에는 1조원대로 돌아왔다. 일반신용대출·신용한도대출·상업용부동산·담보대출 등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추석연휴 소비자금 결제 등의 계절적 요인이 소멸되고, 10월 말 DSR 규제 시행에 따른 선수요 효과가 사라지면서 증가 규모가 1조9000억원으로 전월보다 2조3000억원 축소됐다.

한은 관계자는 "9·13 부동산 대책의 영향이 2~3개월 가량 시차를 두고 반영되고 있다"며 "향후 정부 정책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2금융권의 11월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1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11월(3조4000억원)보다 2조1000억원, 전월(2조7000억원) 대비로는 1조4000억원 줄었다. 제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이 4000억원 줄어 전월(1000억원 감소)에 이어 감소세를 이어갔다. 기타대출 증가 규모는 전월보다 1조3000억원 감소한 1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문가 "제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 불구 취약차주 부실화 경계"

11월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됐지만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저신용·다중채무자 등 금융 취약계층의 부실화 가능성을 한층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꾸준히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금융 취약계층이 사채시장 등 비제도권으로 내몰렸고, 통계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몇 년간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공식 통계상 가계대출 증가세는 은행권이 주도하고 있다"며 "금융감독당국이 집계하는 공식적인 가계부채 통계에 취약계층이 잡히지 않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시중금리 상승과 함께 차주의 이자부담이 불어나면서 상환능력이 낮은 취약계층 차주부터 무너질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했다.

금융권에서는 가계소득 대비 빠르게 가계빚이 늘어나는 상황이 지속될 지 여부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경제 규모 성장에 따른 대출자산의 절대 규모가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증가 속도가 둔화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3분기 전체 가구의 월평균 명목 소득은 1년 전보다 4.6% 증가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여전히 소득보다는 다소 빠르다"면서도 "최근 금리 인상과 부동산 가격 하락 등의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향후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조 연구위원은 "향후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될 전망"이라면서도 "올 들어 은행권을 중심으로 대출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기대 만큼은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