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겨우 16m…전국 2000개 편의점 이미 거리 위반, 150m 내 5곳 '바글바글'

[언론 최초] 전국 4만곳 편의점 거리 분석 ①

이미 전국 2000곳 출점거리 '규약 위반'
엎어지면 코 닿는 근접 1등 '불과 16m'
'근접' 서울>경기>인천 수도권 과밀화
'근접 편의점' 최다 GS25 전국 839개
수도권 이미 빼곡…자율규약 실효성 의문
2018년 11월 30일 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편의점산업협회의 자율규약 제정안을 승인했습니다. 편의점 사이의 최소 거리 확보로 상권을 보호하겠다는 게 규약의 핵심입니다. 최소 거리는 지역과 상권마다 다른데 보통 50~100m로 정해집니다. 기준은 '도보 최소 이동 거리'입니다.

자율규약 대상은 대한민국 대표 편의점 5곳.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소속된 GS25, CU,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씨스페이스, 그리고 협회 소속은 아니지만 이마트24가 과밀화를 해소하겠다며 자율규약에 동참했습니다.
GS25와 CU 두 편의점이 코 앞 거리에서 영업 중인 모습. 자료사진=연합뉴스
'도입 & 폐지' 반복하는
편의점 자율규약

한국편의점산업협회는 "출점 자체를 자제하는 내용을 담은 상당히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고 자평합니다. "편의점 업계가 이제는 패러다임을 출점에서 내실 경영으로 바꾸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과밀화 해소를 위해 편의점 업계가 합의한 자율 규약으로 편의점 시장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1994년에도 '80m'짜리 '근접출점자율규약'이 있었습니다. 2000년에 사라졌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자율규약 제도를 카르텔(담합)로 간주한 탓입니다. 2012년에 다시 공정위가 250m 이내 출점을 제한하는 모범거래 기준을 만들었죠. 하지만 기업 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한다는 지적 때문에 2014년 폐지됐습니다.

반복되는 자율규약 도입과 폐지, 과연 이번 2018년 출점거리 자율규약은 실효성이 있을까요?
전국 4만개 편의점
도보 거리 전수 분석

뉴스래빗이 검증해보겠습니다. 편의점 자율규약의 핵심인 출점 거리, 즉 편의점 간 거리 분석입니다. 얼마나 많이 몰려 있길래 100m는 멀찌감치 편의점을 내자고 서로 약속을 한 것일까요.이는 분명 그간 경쟁 편의점과 100m 이하 거리에 새로운 편의점을 내는 일이 적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뉴스래빗은 직접 6개(GS25, CU,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씨스페이스, 이마트24) 회사에 소속된 전국 3만9484개 편의점 사이의 거리를 분석했습니다.
궁금증 1. 3만9484개 편의점 중 이미 근접 출점한 곳은 얼마나 될까요?

궁금증 2. 과밀 편의점이 가장 많은 지역은 어디일까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근접출점, 얼마나 가까운지 데이터로 확인해보겠습니다.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행정안전부가 제공하는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했습니다. 17개 시도, 228개 시군구 대상입니다. 인허가 정보를 보면 업종별로 가게가 언제 개업했는지, 폐업했는지, 언제 망했는지 등 다양한 상권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다양한 업종 중 '담배소매업'으로 분류된 가게를 먼저 내려받았습니다. 그중 'GS25', 'CU' 등 편의점 이름으로 자율규약 대상 편의점 여섯 종류를 추려냈습니다. 카카오 API를 사용해 주소 데이터를 위·경도로 변환했습니다. 변환한 위·경도를 이용해 모든 편의점 사이의 도보 거리를 구했습니다. 도보 거리 계산은 네이버 지도를 활용했습니다.

2018년 8월 31일을 기점으로 갱신된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로우(Raw) 데이터를 모두 검수하지는 못했습니다. 예컨대 편의점이 폐업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결과에 반영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또한 편의점의 정확한 건물 내부 위치까지 계산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보 거리에 오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

3만9484개 중 2373개
'150m 근접 편의점'

150m 이내에 경쟁 편의점을 두고 있는 편의점을 모두 표시한 지도입니다. 자율규약에 명시된 거리 제한은 50~100m입니다. 거리가 최소 50~100m는 떨어져야한다는 뜻입니다.

지도 데이터 상의 위도 경도를 지도 API로 편의점 간 거리를 계산했기 때문에 오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 뉴스래빗은 지도데이터의 오차를 고려해 150m 거리 간격까지 보수적으로 허용해 전국 편의점 밀집도를 1차 계산했습니다. 서로 150m 거리 내 편의점을 일단 '근접 편의점'으로 지칭하겠습니다.그 결과 전국 '근접 편의점' 수는 2373개로 확인됐습니다. 전체 편의점 3만9484개 중 6%입니다. 대부분 서울과 경기도, 광역시, 지방 대도시에 몰려있습니다.

전국 1258곳 이미
최소 100m '규약 위반'

오차를 배제하고, 점포 사이 거리가 100m 이내인 편의점도 따로 뽑았습니다. 법 상으로 도보 최단거리 이동 100m가 허용 최대치입니다.

150m를 100m를 줄이면 전국 편의점 1258곳이 걸려듭니다. 위 인터랙티브는 이를 모두 표시한 지도입니다. 편의점 업계는 2018년 자율규약에서 주변 상권 보호를 위해 편의점 간 최소 간격을 50~100m로 정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150m 혹은 100m 이내에 상권을 침해받는 근접 편의점이 전국에 1258~2300곳이나 됩니다. 이를 평균적으로 잡으면 약 2000개 전국 편의점이 실측 허용치 거리인 100~150m 사이에 밀집해 있다는 뜻입니다.

이처럼 현재 전국 편의점 시장에는 과거 근접 출점 문제가 켜켜이 쌓여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거리 제한 위반 규제를 시작한다면 본사는 이미 상권을 침해받고 있는 점포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줄까요? 아니면 편의점 간 무한경쟁 속에서 폐업하는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걸까요?
엎어지면 코 닿는
편의점 간격, 16m

전국에서 거리가 가장 가까운 편의점은 CU 동대문굿모닝씨티점과 세븐일레븐 굿모닝시티점입니다. 네이버 지도상 도보 거리는 고작 16m입니다. 그나마 세븐일레븐 점포가 건물 내부에 있기 때문에 실제 거리는 더 길지만요.

두 번째로 가까운 CU 횡계로타리점과 GS25 횡계점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17m 간격으로 마주 보고 있습니다. 네이버 로드뷰를 통해 두 편의점의 '불편한 동거'를 볼 수 있습니다.
차도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두 편의점. 사진출처=네이버 로드뷰

이 외에도 22m 간격으로 자리 잡은 세븐일레븐 울산대학원룸점과 GS25 울대후문점, 25m 간격인 세븐일레븐 과천원문점과 GS25 과천래미안점 등이 있습니다.
'무한 경쟁' 편의점들
150m 내 편의점 5곳 밀집

심지어 반경 150m 이내에 5개 편의점이 둘러싼 점포도 있습니다. 대부분 강남, 수유 등 서울 번화가입니다. 서울을 벗어난 지역 중 상위권을 차지한 점포는 경기도 고양시의 GS25 장항진원점과 경기도 군포시의 GS25 산본중앙점입니다. 마치 편의점이 위성처럼 둘러싼 모습입니다.
경기도 고양시 GS25 장항진원점. 사진출처=네이버 지도
경기도 군포시 GS25 산본중앙점. 사진출처=네이버 지도

지역별로는 서울의 근접 편의점이 678개로 가장 많습니다. 그 뒤를 경기도(610개)와 부산(173개)이 잇습니다.
서울은 편의점도 '만원'

서울과 경기도의 근접 편의점 수 차이는 미미해 보입니다. 하지만 전체 편의점 수로 나눈 비율을 따져보면 서울 사람들이 얼마나 '빽빽하게' 사는지 알 수 있습니다. 경기도의 전체 편의점이 2014개나 더 많기 때문이죠. 영업 중인 점포는 경기도가 2014개 더 많은데 근접 편의점 수는 서울이 오히려 68개 더 많습니다.
강원은 높고 대구는 낮다

강원도의 근접 편의점 수가 유독 높습니다. 비슷한 점포 수를 가진 경상북도와 충청북도보다 2~30여개 더 많은 근접 편의점이 있습니다. 다른 도에 비해 강원도 인구가 특정 지역에 밀집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광역시 사이의 편의점 밀집도 또한 주목할만합니다. 부산, 광주, 인천, 대전은 서울의 뒤를 이어 근접 편의점 비율 2~6위를 차지할 정도로 편의점이 밀집되어 있습니다. 반면 울산과 대구는 17개 광역시·도 중 10위와 17위를 차지해 여유로운 결과를 보입니다.
미니스톱 인수,
본사는 '땡큐' 점주는 '글쎄'

업체별 근접 편의점 수는 GS25가 839개로 가장 많습니다. CU는 671개, 세븐일레븐 453개, 미니스톱 268개, 이마트24 126개, 씨스페이스 16개로 뒤를 따릅니다. 편의점 시장 점유율과 대동소이한 순서입니다.

하지만 근접 편의점 '비율'은 미니스톱이 가장 높습니다. 전체 영업 점포 중 10.1%가 근접 편의점입니다. 무분별하게 점포를 출점하지 않고 사람 많고 목 좋은 장소에만 출점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미니스톱 매각이 진행 중입니다. 세븐일레븐, 이마트24, 사모펀드 글랜우드PE가 인수전을 벌이고 있죠. 4300억원의 최고가를 써낸 것으로 알려진 세븐일레븐의 승리가 유력합니다. 하지만 미니스톱의 근접 편의점 비율을 보면 점주들에게는 그리 반가운 소식이 아닙니다.

본사는 점포를 늘려 수익이 많아지지만 점주는 같은 회사 소속으로 경쟁하는 꼴입니다. 편의점의 제살 깎기식 '무한 경쟁'은 어쩌면 이제 본격 시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PS. 뉴스래빗은 '[언론 최초] 전국 4만곳 편의점 거리 분석 ②' 두번째 데이터저널리즘 '편의점 활황? '제살 깎기' 편의점 폐점 잔혹사'를 공개할 예정입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
# DJ 래빗 ? 뉴스래빗 대표 '데이터 저널리즘(Data Journalism)' 뉴스 콘텐츠입니다. 어렵고 난해한 데이터 저널리즘을 줄임말 'DJ'로 씁니다. 서로 다른 음악을 디제잉(DJing)하듯 도처에 숨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발견한 의미들을 신나게 엮어보려고 합니다. 더 많은 DJ 래빗을 만나보세요 !.!

책임= 김민성, 연구= 박진우 한경닷컴 기자 dan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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