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연 "스마트시티, 기술 보다 인문학적 결정이 우선돼야"

조승연 작가 "스마트시티, 기술 보다 인문학적 결정이 우선돼야"

서울시 주최, 서울주택도시공사 서울산업진흥원 한경닷컴 주관2018 M-Valley 테크 콘서트, 11일 코오롱 One&Only Tower 개최


조승연 작가는 11일 "우리는 스마트시티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기술적인 부분보다 스마트시티에 대한 인문학적 토론과 인문학적 결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사람이 무언가를 결정할 때에는 깊은 인문학적 이유가 있다" 며 "도시를 설계할 때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도시에서 어떤 삶을 원하는가'를 먼저 논의한 뒤 도시 발전의 방향을 잡아야 첨단 기술을 헛되게 쓰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18 M-Valley 테크 콘서트가 서울 마곡산업단지내 코오롱 One&Only Tower에서 '미래기술과 나의 생활, 나의 도시’를 주제로 10, 11일 이틀간 열렸다. 행사 둘째 날인 11일에는 '삶의 행복을 위한 스마트시티'를 주제로 인문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스마트 시티에 대해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두 번째 연사로 등단한 조승연 작가(사진)는 고층 건물이 즐비한 중국 상하이의 푸동과 옛 모습이 보존된 프랑스 파리의 사진을 보여주며 "두 도시 중 어느 도시가 스마트 시티에 가까운가"라는 질문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푸동의 모습이 대부분이 생각하는 첨단도시, 스마트시티다. 그런데 스마트시티가 꼭 이런 발전적인 모습일 필요는 없다"고 지적한 뒤 "누군가는 상하이 보다 시민의 의견을 반영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파리를 스마트시티라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몽파르나스 타워는 파리에서 몇 없는 고층 건물이다. 이 건물이 지어질 당시 파리 시민들은 "건물을 지을 때 땅을 샀지, 햇빛을 산 것이냐"라고 항의했고, 이후 파리에서는 고층 건물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조 작가는 이어 "실제로 블록체인으로 도시 자체를 기술적으로 스마트하게 만드는데 집중하는 사람도 있지만, 시민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면서 "첨단기술에 대해 다른 시각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하이가 초고층 빌딩이 즐비한 화려한 도시의 모습을 갖춘 것에 대해 "상하이와 같이 첨단기술이 적용되고 고층 건물이 즐비한 동아시아 도시들을 독특한 인문학적 방향성이 드러난 탈식민성 동아시아 모더니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면서 "원래 뛰어난 문명의 중심이였던 중국이 식민지배를 받았다가 독립하고 부강해지면서 도시에 기술력과 부를 담아 '중국을 무시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넣고 있다. 탈식민성 동아시아 모더니즘은 이런 인문학적 의도가 무의식적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작가는 또 프랑스의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의 '세상에 스마트하게 지어지지 않은 마을은 하나도 없다'라는 말을 인용, "그동안 있었던 도시들 역시 어떤 의미에서 스마트시티였다. 과거 모든 도시도 당시 존재하는 기술 안에서 나름대로의 삶과 커뮤니티를 고려하여 목적을 갖고 지어졌다"고 소개했다. 현재의 첨단 기술을 반영하지 않았단 이유로 스마트하게 지어지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경규민 한경닷컴 기자 gyu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