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정의선 체제' 공고화…수석부회장 취임 3개월만

부회장·사장단 세대교체에 쇄신까지…정몽구 보좌그룹은 2선으로
연구개발본부장에 외국인 임원 발탁…자율경영·외부개방 가속 예고
현대자동차그룹이 정의선 수석 총괄부회장 취임 3개월 만에 명실상부한 '정의선 체제'를 갖췄다.현대차그룹이 12일 단행한 그룹 사장단 인사로 그룹의 의사결정 체계가 정의선 수석부회장 중심으로 재편하는 작업이 마무리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인사로 정몽구 회장을 보좌하던 그룹의 핵심 임원들이 2선으로 물러나고, 정의선 수석부회장 중심의 세대교체를 통해 그룹 경영체계가 새롭게 정립됐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9월 정의선 부회장이 수석부회장에 오른 뒤 미래 경쟁력 분야와 중국을 비롯한 해외 사업 부문에 대한 쇄신 인사를 통해 조직 재편을 추진해다.이번 인사는 쇄신에 세대교체 기조까지 반영돼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체제를 공고히 하게 됐다.

젊어진 사장단 진영을 갖춘 현대차그룹은 자율과 외부개방을 핵심으로 경영 혁신과 변화를 도모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북미와 유럽, 인도, 러시아 등에 권역본부를 설립하고 현장 중심의 자율경영시스템을 도입한 바 있다.이번 인사로 전문성과 리더십을 검증받은 경영진들이 주요 계열사에 전진 배치돼 자율경영은 그룹 전체로 확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지속해서 강조한 그룹의 정보통신기술(ICT) 경쟁력 확보를 위한 외부와 협업도 강화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전략기술본부와 연구개발(R&D) 부문을 중심으로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들과의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고도화한다는 구상이다.이번 인사에서 알버트 비어만 사장이 신임 연구개발본부장에, 전략기술본부장 지영조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 것은 이런 '외부개방'을 강화하기 위한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기아차의 미래 경쟁력을 책임질 신임 연구개발본부장에 처음으로 외국인 임원을 앉힌 것은 그룹 안팎에서도 파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비어만 사장은 BMW에서 고성능차 개발 총괄 책임자로 일하다 2015년 현대차그룹으로 영입된 인물로 올해 1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현대·기아차 내부에서는 비어만 사장이 합류한 이후 신차의 성능 개선에 크게 기여했고, 고성능차 사업의 성공적 시장 진입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합리적인 의사결정 능력과 탁월한 소통 역량을 지녔고, 엔지니어들에게 롤모델이 되는 솔선수범의 리더십을 확보했다는 인물평도 나온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비어만 사장이 연구개발본부의 일하는 방식 변화를 주도함으로써 정 수석부회장이 평소 강조한 'IT 기업보다 더 IT 기업 같은 기업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비어만 신임 연구개발본부장은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 카 등 혁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글로벌 현지 R&D 조직과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촉진해 연구개발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임원 출신으로 지난해 현대차에 합류한 지영조 부사장의 사장 승진으로 전략기술본부의 위상이 강화되고, 정 수석부회장이 강조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업체'로의 전환 계획도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주요 계열사 사장단에 대부분 50대 인사를 포진시켜 그룹사의 빠른 의사결정과 미래 혁신을 꾀했다.신임 현대로템 대표이사에 내정된 이건용 부사장을 비롯해 현대다이모스-현대파워텍 합병 법인의 여수동 사장, 신임 현대오트론 문대흥 사장, 현대케피코의 방창섭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 등은 모두 50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