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노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정도 불분명…현장시찰 중요"

"풍계리 성공적 사찰은 신뢰구축·향후사찰 협력모델 될 것"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지난 5월 북한이 파괴한 풍계리 핵실험장 일부가 원상 그대로(intact)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이는 등 파괴 정도가 불분명(unclear)하며, 검증을 위해 제대로 된 사찰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38노스는 12일(현지시간) '풍계리 핵실험장:현 상황과 미래의 사찰'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지난 10월 31일과 한 달 후인 11월 30일 촬영된 위성사진을 비교 분석한 결과, "갱도 입구 폐쇄와는 별도로 이 구역들의 파괴 정도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38노스는 지난달 위성사진을 보면 행정지원 시설들과 지휘본부 안에 있는 가장 큰 두 개의 건물이 온전한 상태이고, 행정지원 구역 내에서 개간 활동이 이뤄진 것도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또 약 20여 명의 인력이 남쪽 지원구역 내 현장에서 발견된 점도 핵실험장이 완전하게 폐기된 것은 아니라는 추가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아울러 도로가 잘 유지돼 있고 군데군데 눈으로 덮여있는 실험구역으로 이어지는 주요 도로에 차량이 지나간 흔적도 선명했다고 전했다.

38노스는 풍계리 핵실험장이 일단 폐쇄됐지만, 북한이 실험을 재개하기로 결정한다면 재가동 상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빙이 끝날 경우 북한이 풍계리 또는 다른 지역에서 실험을 재개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보장할 수 없다"며 풍계리 핵실험장에 대한 현장 사찰을 북미 비핵화 협상의 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38노스는 "풍계리 사찰 문제를 성공적으로 처리할 경우 북미 간 신뢰구축뿐 아니라 북한의 대량파괴무기(WMD) 및 향후 탄도미사일 관련 사찰을 위한 초기 협력모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북한은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전인 지난 5월 24일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했으나, 해외 사찰단 참관이나 검증 없이 이뤄짐에 따라 '불가역적 폐기' 여부에 대한 회의론이 적지 않았다.

국무부는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10월 7일 제4차 방북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불가역적 해체를 확인하기 위한 사찰단 방문을 요청했다고 밝혔으나, 이후 북미 간 대화 교착으로 후속 조율은 아직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38노스는 성공적인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을 담보하기 위한 6대 과제로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당시 사용된 뒤 폐쇄된 동쪽의 1번 갱도를 포함한 모든 핵심 핵실험 구역들에 대한 방문 허용 ▲굴착기 등 중장비를 이용한 갱도 붕괴 정도 정밀 측정 ▲상세한 갱도 배치도 사찰단 제공 ▲지휘본부 추정시설 방문 허용 ▲미래 핵실험에 대비한 해당 지역 전체에 대한 측정 기준치 확립 ▲지진·음향 감지기 설치 허용 등을 꼽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