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도쿄대에 갈 수는 없겠지만…노동시장엔 충격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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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의 파워독서일본 과학계의 저력은 만만치 않다. ‘인공지능(AI)이 과연 도쿄대에 입학할 수 있을까’ 같은 프로젝트를 국가 차원에서 추진할 정도다. 아라이 노리코 국립정보학연구소 교수가 쓴 《대학에 가는 AI vs 교과서를 못 읽는 아이들》(해냄)은 AI의 도쿄대 진학 프로젝트를 추진한 수학자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그를 통해 AI의 실상과 미래, 그리고 시사점을 정리했다. AI에 대한 낙관론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시점에서 수학자는 그 한계를 분명하게 제시한다. 그와 동시에 AI의 일상화가 노동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도 냉철한 시각으로 전망한다. 이런 도전 과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경고 메시지도 담겨 있다.
AI는 기능 뛰어난 컴퓨터
고도의 독해력·판단력 떨어지지만
상위 20% 수준 대학엔 입학 가능
암기위주 교육 벗어나야 생존
AI가 대체할 수 없는 직업 찾아야
화이트칼라 직종 절반 사라질 수도
대학에 가는 AI vs
교과서를 못 읽는 아이들
아라이 노리코 지음 / 해냄
“기술적으로 엄청난 변곡점에 해당하는 특이점이 온다.” 많은 미래예측서가 자신 있게 내놓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단호히 “아니다”라고 결론 내린다. ‘특이점(singularity)’이란 AI가 극도로 발전해 인간처럼 학습하고 생각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는 시점을 뜻한다. AI는 두 가지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미래예측서에 등장하는 AI는 ‘AI 기술’을 말한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의 AI’는 인간 지능과 거의 동등한 수준의 AI를 이른다.저자가 특이점의 도래를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지 않는 것은 현존하는 수학뿐만 아니라 미래의 수학은 논리, 확률, 통계 세 가지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논리와 확률이 다루기 힘든 것 가운데 하나가 인간의 의지다. 쉽게 말하면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을 모두 수학으로 표현할 수 없는 한 AI는 기능이 우수한 컴퓨터일 뿐이다.
저자와 일군의 학자들은 2011년부터 ‘도보로군’이라 불리는 AI를 맹렬히 훈련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얻은 결론은 아무리 열심히 AI를 훈련해도 도쿄대에 입학시키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AI가 의미를 읽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본 상위 20% 수준의 대학까지는 AI의 입학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어냈다. 일본 고교 졸업생의 80%가량은 AI와 경쟁하기 힘들 것이라는 의미다.이는 향후 노동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화이트칼라 직종 가운데 절반가량이 사라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증명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직접 도보로군을 훈련하면서 발견한 사실은 컴퓨터는 전체 맥락과 의미를 파악하거나 고도의 독해력, 인간 특유의 판단력과 관련된 능력은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여기서 AI가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직업들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저자는 일본 중고생들이 가진 문제점으로 독해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을 든다. 일반인들도 마찬가지다. 암기 위주의 교육이 추론하는 능력을 떨어뜨렸다. 이것이 AI에 일자리를 빼앗길 수밖에 없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란 게 저자의 예상이다. 독해력 향상의 필요성은 비단 일본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의 현실과 교육을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유익한 책이다.
공병호 < 공병호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