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1600억 단기차입 추진…경영권 방어 '꼼수'?

한진그룹 "만기 도래 차입금 상환 차원…정상적 경영 활동"
한진그룹의 지주사 한진칼이 단기차입금을 크게 늘리기로 하자 국내 행동주의 펀드 KCGI의 지분 확대에 맞서 경영권을 방어하려는 꼼수를 동원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증시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진칼은 단기차입금을 1천600억원 늘리기로 했다고 지난 5일 공시했다.

이로써 한진칼의 단기차입금 총액은 1천650억원에서 3천250억원으로 늘어난다.

회사 측이 밝힌 이번 차입 목적은 "만기도래 차입금 상환자금 조달 및 운영자금 확보"다.그러나 증권가 일각에서는 한진칼이 이번 단기차입을 통해 자산 규모 2조원을 넘겨 KCGI의 경영 참여를 제한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1천600억원을 차입하면 한진칼의 자산 총계는 올해 3분기 말 기준 1조9천134억원에서 2조734억원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자산이 2조원을 넘으면 감사 선임 대신 감사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감사를 선임하면 최대주주만 의결권이 3%로 묶이는 데 비해 감사위원을 선임할 경우는 모든 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돼 조양호 회장 일가에 유리하다.
이에 따라 자산 2조원 이하 기업도 주주가 제안하는 감사 선임 안건을 회피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감사 대신 감사위원회를 설치하는 사례가 있다.

그러나 한진그룹 관계자는 "한진칼의 단기차입금 조달은 만기 도래 차입금에 대한 상환 차원이며 이는 정상적인 경영 활동의 일환"이라고 반박했다.이달(700억원)과 내년 2월(400억원), 3월(750억원)에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에 대한 상환자금 조달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금융시장 불확실성과 연말연시 금융기관의 업무 일정 등을 고려해 미리 상환자금과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차입금 조달을 계획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KCGI가 만든 KCGI제1호사모투자 합자회사가 최대주주인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는 한진칼 주식 532만2천666주를 취득해 지분 9%를 보유했다고 지난달 15일 공시했다.

그레이스홀딩스는 현재 한진칼의 2대 주주다.이와 관련해 국내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KCGI가 한진칼의 경영에 참여하고자 감사 선임을 시도할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