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공동체의 회복과 육아 나눔]마을에서 싹트는 육아 나눔 #2

직장맘도 공동육아 도전 ‘함께 품앗이’

공동육아의 구성원 대부분은 전업 맘이다. 직장 맘이 중심이 되는 모임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지만 직장 맘을 중심으로 하는 공동육아 모임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사례도 있다. 성북구의 ‘함께 품앗이’라는 모임이다.
“엄마가 일하니까 아이가 고생”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가 마음이 뜨끔거렸다는 ‘함께 품앗이’ 부모들은 2015년 5월, 6명의 일하는 엄마들과 6명의 외동아들이 만나 지금까지 3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다. 평일에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주말에 집중할 수 있다는 직장 맘들이지만, 무엇보다 평일 급한 상황에서 도움을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SOS는 가장 큰 힘이 된다.
아이도 중요하지만 엄마도 즐겁기 위해서 특정 구성원에게 부담이 집중되는 방식은 피했다. 엄마들은 순번을 정해 새로운 놀이를 준비했고 아이들은 함께 놀다보니 그 안에서 새로운 상상력을 발휘하는 놀라움을 만들어냈다. 동계올림픽 시즌에는 미니올림픽을 열었는데, 아이들은 자신의 취향과 특성에 맞게 역할을 나누는 성숙함도 보여줬다.
엄마가 회사일로 자리를 비우면 그 자리는 아빠가 대신했다, 처음엔 어색해하던 아빠들은 어느새 스스로 요리사가 되고 술래가 되는 등 공동육아의 주체로 자리매김했다.
직장을 둔 부모의 마을활동 참여를 높이는 ‘부모커뮤니티’사업에서도 공동육아 활동을 하는 모임이 등장했다. 강서구의 직장맘 모임인 ‘우리는 이웃 랄랄라(이하 랄랄라)’도 그중 하나다. ‘랄랄라’는 한 달에 한 번 아이들 체험학교에서 만나는 같은 아파트 주민들이 만든 모임이다. 구성원들은 직장 맘으로 부모성교육, 자녀성교육, 감정코칭 등 부모에게 필요한 교육을 함께 배우면서 ‘아빠와 함께 하는 역사기행’, ‘가족캠핑’, ‘동네 벼룩시장’ 등의 활동을 한다. 함께 아이를 키우며 이들은 “그냥 아는 동네 사람이 아니라 서로에게 의미 있는 그런 이웃이 되었다. 아이들은 고루 섞이면서 동생도 언니도 친구도 되어주며 잘 지냈다. 아빠들도 처음에는 어색해하더니 이제는 형님 동생하면서 술 한 잔 기울이는 사이가 되었다. 엄마들도 삶이 풍성해졌다.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생겼고 가끔은 급할 때 아이들을 맡기기도 한다.”라고 말하고 있다.함께 키우는 ‘특별한’ 우리 아이들 ‘봄(bom)’

성동 ‘봄(bom)’ 모임은 발달장애 아이를 함께 양육하는 공동육아 모임이다. 뇌 병변, 자폐, 희귀증후군, 지적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엄마들이 2010년 서울 중구 성심통합어린이집에서 만나 모임을 만들었다. 발달장애 아이를 기르는 일은 다른 아이들의 육아보다 더 힘들고 어려울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이들은 서로에게 절대적인 응원군이자 든든한 조력자였다.
발달장애 아이들의 낯선 행동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을 바꾸기 위해 ‘봄(bom)’ 배지를 만들어 마을축제, 행사는 물론 마을의 커뮤니티공간에서 나눠주는 활동도 활발하게 펼쳤고 아이들의 일삼을 담은 사진전도 열고 있다. 발달장애 아이들의 아빠를 참여시키기 위해 2016년 봄부터 주말에 텃밭 활동을 시작했고, 가을에는 운동회를 열고 때마다 다양한 체험활동을 추진했다.
엄마들은 한 달에 두세 번 스스로 교사가 되어 자연, 신체, 미술, 라임, 요리, 책, 사회성 영역으로 나눠 아이들의 봄놀이를 진행한다. 모임에 참여하는 엄마들은 직접 수업계획서도 쓰고, 아이들의 반응도 살피는 활동은 무엇보다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각기 다른 환경의 사람들이 모여 모임을 만들어온 긴 시간, 어려움도 있었지만 함께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고 말하는 이들은 누구보다 ‘함께 하는 행복’을 잘 아는 부모임이 분명해 보인다.

든든한 ‘사회적 자본’을 저금하는 공동육아마을에서 함께 아이를 키우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가치와 방향을 맞추는 일부터 직접 품과 시간 나아가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야 한다. 수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밤늦게까지 회의를 하고 때로는 ‘꼭 이래야 할까’ 싶은 감정노동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공동육아를 경험한 이들은 그 시간과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아이의 평생 친구를 만나게 해주는 기회가 되었고, 부모들은 나의 이웃을 만날 수 있었으며 이웃과 함께 의지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든든한 ‘사회적 자본’을 만들어가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마을에서 싹을 틔우고 있는 공동육아, 육아품앗이가 마을공동체를 받치는 든든한 뿌리로 성장하길 기대해본다.

글= 송지현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협력기획팀장

정리= 경규민 한경닷컴 기자 gyu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