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의회의 브렉시트(Brexit) 합의안 승인투표가 결국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13일(현지시간) BBC 방송,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앤드리아 레드섬 영국 보수당 하원 원내대표가 이날 공개한 다음 주 처리안건에 브렉시트 승인투표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하원이 크리스마스 휴회기에 들어가는 만큼 브렉시트 승인투표는 결국 내년 1월에 열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지난 11일 예정된 승인투표를 연기하면서, EU 탈퇴법 규정에 따라 내년 1월 21일 이전에 의회 표결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영국이 내년 3월 29일을 기해 브렉시트를 단행할 예정인 만큼 의회 승인투표가 늦춰질수록 부결에 따른 혼란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일각에서는 유럽사법재판소(ECJ) 유권해석을 토대로 영국이 브렉시트 시기를 늦추거나 결정을 번복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 결정 번복을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앞서 ECJ는 지난 10일 리스본 조약 50조에 근거에 EU 탈퇴를 결정한 영국이 다른 회원국 동의 없이 이를 번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EU의 헌법 격인 리스본 조약에서 회원국 탈퇴에 관해 규정한 제50조는 탈퇴를 결정한 회원국이 일방적으로 이를 철회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에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스코틀랜드 의회 일부 의원이 탈퇴를 일방적으로 번복할 수 있는지에 관해 스코틀랜드 법원에 물었고, 스코틀랜드 법원은 이에 대한 유권해석을 ECJ에 의뢰했다.제프리 콕스 영국 법무상은 이날 하원에 출석한 자리에서 "정부는 (브렉시트 탈퇴 결정을 번복할) 의사가 없으므로, 이를 추진하려면 어떤 법률적 절차가 필요한지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브렉시트 결정을 번복하는 것이 그냥 버튼을 누르면 즉각 효력을 발휘하는 것처럼 쉬운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편 영국 대법원은 이날 스코틀랜드 하원에서 통과된 독자 EU 탈퇴법이 스코틀랜드 의회의 입법권을 벗어난 사항이라고 판결했다.
EU 탈퇴법은 브렉시트의 원활한 이행에 목적을 둔 입법안이다.
앞서 영국 의회는 지난해 6월 EU 탈퇴법을 통과시켰다.
스코틀랜드 의회는 그러나 영국 정부의 EU 탈퇴법의 큰 틀에 반대하면서 독자 법안을 만들었다.
스코틀랜드 의회에서 통과한 EU 탈퇴법은 EU 기본권 헌장 인정 여부를 포함해 많은 부분에서 영국 정부의 EU 탈퇴법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에 영국 정부는 스코틀랜드 의회가 독자적인 EU 탈퇴법을 제정할 권리가 없다며 영국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이날 스코틀랜드의 EU 탈퇴법이 법안 전체로는 스코틀랜드 의회의 권한을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법안 중 일부가 영국 법의 수정을 요구할 수 있다며 이는 입법권한 밖이라고 설명했다.스코틀랜드 의회는 외교, 국방, 재정·경제정책 등 영국 의회에 유보되지 않은 농업 및 어업, 환경 관련 정책 분야에서 자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