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영미·TMI…올 한해 사람들에게 회자된 유행어들

올해 최고의 유행어로 ‘소확행(작지만 확고한 행복)’이 뽑혔다. 소확행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1994년 출간한 수필집 『랑겔한스 섬의 오후』에서 처음 언급한 말이다. 그는 이 책에서 ‘나는 팬티를 모으는 게 일종의 취미다. 서랍안에 반듯하게 접어 돌돌 말은 깨끗한 팬티가 잔득 쌓여 있다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작기는 하지만 확고한 행복의 하나가 아닐가 하고 생각하는데...’라고 글을 썼다.

복잡한 세상에서 크고 멋있는 것이 아닐지라도 작지만 자신만의 작은 행복을 추구하는 여유를 갖고 싶은 현대인의 마음이 담긴 유행어가 아닐까 생각된다.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성인 2917명을 대상으로 ‘2018 올해의 유행어’ 설문조사한 결과, 시민들은 최고의 유행어로 ‘소확행’을 선정했다. 지난해는 한번뿐인 인생을 최대한 즐겁게 즐기자는 ‘욜로(YOLO)’가 유행어로 꼽혔다. 이를 볼때 최근 유행 트렌드는 개인적인 것을 추구하고 싶어 하는 현대인의 갈망을 내포하는 것 같다.

2위에는 ‘갑분싸(18.5%)가 꼽혔다. 갑분싸는 ‘갑자기 분위기 싸늘해짐’의 준말로, 인터넷 방송에서 시작돼 올해 공중파 방송에서 회자 되면서 널리 퍼졌다. 3위는 16.0%의 지지를 받은 ‘인싸’가 올랐다. 아웃사이더(Outsider)와는 반대로 인사이더(Insider) 즉 무리와 어울려 잘 지내는 사람을 뜻한다. 4위엔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컬링팀의 선전으로 국내외에서 큰 주목을 받으면서 회자된 ‘영미,영미~’(12.6%)가 선정됐다. 5위는 ‘TMI’(9.5%)는 Too much information의 줄임말로, 보통 자신이 전혀 관심 없는 내용이거나, 달갑지 않은 정보,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경우에 사용한다. 빨라지는 일상과 커뮤니케이션 흐름에 필요이상의 정보는 사양한다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투영된 단어다.

6위에는 ‘존버’(6.1%)가 꼽혔다. 비속어가 포함된 ‘XXX 버틴다’의 줄인말이다. 연초 가상화폐와 연말 주식 폭락에도 투자자들이 가치반등을 바라며 자주 사용하며 유명세를 탔다. 7위에는 현실자각타임을 일컫는 ‘현타’(2.6%)가, 8위에는‘(OO) 무엇?’(2.1%)이 꼽혔다. 9위에는 올해 남북정상회담 개최로 대중의 주목을 받은 평양냉면을 줄인말 ‘평냉’(1.7%)이, 마지막 10위에는 컬링팀의 경기모습에서 유래한 ‘엄근진’(1.4%/ 엄격.근엄.진지)가 올랐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