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회춘하는 장수과자…올해도 1등은 홈런볼·맛동산·새우깡

사진=연합뉴스

홈런볼, 맛동산 등 출시된 지 30년 이상 된 '장수제품'들이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경기 불황과 소비침체가 지속되자 제과업체들은 신제품 대신 소비자 입맛에 익숙한 대표 제품에 색다른 맛을 더한 리뉴얼 상품으로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불황일수록 장수 제품 '인기'…왜?

14일 국내 한 대형마트 조사결과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가장 많이 팔린 과자는 홈런볼과 맛동산인 것으로 집계됐다.

비스킷 중에서는 홈런볼이 1위를 차지했다. 뒤이어 칙촉, 빈츠, 마가렛트 오리지널, 에이스가 순위권에 들었고, 버터와플, 빠다코코낫, 칸쵸, 초코하임, 쿠쿠다스 화이트토르테가 10위권에 올랐다.

스낵에서는 맛동산과 찹쌀선과가 각각 1, 2위를, 찹쌀설병이 3위를 기록했고 쌀로별 오리지널, 허니버터칩, 고래밥 볶음양념맛, 오사쯔, 새우깡은 400g 대용량과 90g 일반 포장, 포테토칩 오리지날이 10위권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홈런볼은 2016년부터 꾸준히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빈츠, 마가렛트 오리지널, 에이스, 버터와플, 칸쵸 등 다른 장수 제품들도 2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10위권 안에 올랐던 품목들이다.

맛동산 역시 스낵 분야에서는 2016년 4위, 2017년 5위였다가 올해 1위를 탈환했다. 반면, 2014년 출시 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허니버터칩은 2016년 1위에서 2017년 2위, 2018년 5위로 떨어지며 인기가 다소 주춤해졌다.

지난 3년간 꾸준한 인기를 얻어온 과자들은 허니버터칩(2014년)을 제외하면 모두 2000년 이전에 출시된 '장수 과자'였다. 에이스(1974년), 맛동산(1975년), 홈런볼(1981년), 칸쵸(1984년), 마가렛트(1987년) 등은 모두 30~40년 전에 출시됐다.

제과업체들이 잇따라 장수 제품 '후속작'들을 내놓는 이유는 지속되는 불황으로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익숙한 제품에 색다른 맛을 더하는 게 최근의 과자시장 트렌드"라며 "불황일수록 소비자들이 신제품을 찾아 '모험'을 하기보다 익숙하고 품질이 검증된 장수제품을 찾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 제과업계, 장수 제품 '후속작' 잇따라 출시

최근 해태제과는 대표적 장수 제품인 '맛동산'을 출시한 지 44년 만에 두번째 맛인 '흑당쇼콜라'를 선보였다. 기존의 맛을 유지하면서 반죽에 카카오와 검은 설탕을 넣어 단맛을 줄이고 쌉싸름한 맛을 살렸다.

앞서 오리온도 신제품 '고로케땅콩'을 출시했다. 코로케 특유의 바삭한 식감에 고소한 땅콩의 씹는 맛을 더했다. 술안주로 인기있던 과자 '오징어땅콩'의 작명법에 따라 이름 붙여졌다.

농심 역시 지난 5월 새우깡 브랜드의 신제품 '깐풍새우깡'을 내놓았다. 센 불에 재료를 빠르게 볶아내는 중국식 깐풍 조리법에 착안한 제품으로 기존 짭조름한 새우깡 맛에 깐풍 소스를 입혔다. 농심은 새우깡에 어울리는 새로운 맛을 연구하던 중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중화요리 트렌드에 주목했다.

이 외에도 롯데제과도 고소한 '마가렛트'에 고로케 맛을 넣은 '마가렛트 코로케', '빠다코코낫'을 볼 모양의 스낵으로 만든 '빠다코코낫볼'을 출시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늘 먹던 과자의 맛이 나는 제품을 찾는 경향을 보이는 데다 최근 경기 불황, 유아동 인구 감소, 대체재 확산 등으로 제과시장 규모가 쪼그라들고 있다"며 "신제품을 내놓기보다는 광고하지 않아도 브랜드 이름만으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리뉴얼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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