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때문에 고용 줄었다?…한쪽에선 더 생겼다

유승호 기자의 Global insight

온라인쇼핑에 유통 일자리 줄지만
IT·물류부문 합하면 오히려 증가

AI·로봇에 일자리 빼앗긴다는 공포도 실제보다 과장됐을 수도
생산성 오르면 새 노동수요 생겨
한국은행이 지난 11일 흥미로운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은은 ‘온라인 거래 확대의 파급효과 및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에서 온라인·모바일 쇼핑 증가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온라인·모바일 쇼핑이 증가한 영향으로 2014년부터 작년까지 도소매업 취업자 수가 연평균 1만6000명 감소했다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온라인·모바일 쇼핑 증가로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매출이 감소하면서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이른바 ‘아마존 효과(Amazon effect)’를 실증한 연구로 주목받았다.

기술 발전에 따라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하루이틀 사이에 등장한 것은 아니다. 1928년 2월26일자 뉴욕타임스엔 ‘기계의 확산이 실업을 낳는다’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기사의 요지는 “기계가 산업 구석구석에 침투해 근로자들을 공장 밖으로 쫓아내고 실업자로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최근엔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사람을 대체해 대량 실업을 초래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이 나온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2013년 향후 20년간 일자리의 47%가 AI와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4월 보고서에서 21개 회원국 일자리의 9%가 AI와 로봇에 잠식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역사를 돌아보면 이런 우려가 과장된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기술은 발전을 거듭했고, 사람이 하던 많은 일이 기계가 하는 것으로 대체됐지만 일자리는 꾸준히 증가했다. 신기술이 도입돼 일부 업종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어떤 직종은 아예 사라지기도 했지만, 다른 영역에서 그보다 더 많은 일자리가 새로 생겼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발명된 19세기 말 마부들은 일자리를 잃었지만 자동차산업에서 더 큰 규모로 고용이 이뤄졌다.AI와 로봇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하던 일을 AI와 로봇이 하게 되는 반면 AI와 로봇을 개발하고 제어하는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자동화로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여가 수요가 늘면서 서비스산업에서 고용이 증가할 여지도 있다.

대런 애스모글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와 파스콸 레스트레포 보스턴대 경제학과 교수는 ‘AI와 자동화, 일’이란 논문에서 “AI와 자동화가 일자리를 대체하는 효과가 있지만 생산비용이 줄어들고 생산성이 향상되면 다른 분야의 노동 수요가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고용 총량은 감소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볼프강 다우스 독일 뷔르츠부르크대 경제학과 교수 등은 ‘로봇이 독일 노동시장에 미친 영향’에 관한 논문에서 “1994년부터 2014년까지 로봇에 의해 제조업 일자리가 27만5000개 줄었지만 제조업 이외 분야의 일자리가 새로 생기면서 로봇의 영향을 상쇄했다”고 분석했다.‘아마존 효과’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마존이 영역을 확장하면서 백화점을 비롯한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고용이 줄어들기는 했다. 하지만 창고·운송업 등 물류 분야에선 일자리가 늘었다. 자동차를 몰고 마트에 가서 물건을 고르고 집에 가져가는 일을 예전엔 소비자가 했지만, 이제는 창고 직원과 트럭 기사들이 하면서 고용이 창출된 것이다.

마이클 맨델 미국 진보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지난 10년간 오프라인 유통업 일자리가 14만 개 줄었지만 전자상거래 업종과 물류 분야 일자리가 40만 개 늘었다”고 분석했다. 한은도 “전자상거래 증가로 도소매업 분야 고용은 감소했지만 정보통신기술(ICT)과 물류 부문의 신규 고용을 감안해야 한다”며 “온라인·모바일 쇼핑 확산이 고용 전반에 미치는 효과를 예단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했다.

기술 발전으로 고용에 영향을 받는 분야에 대한 대책은 필요하다. 근로자들이 기술 변화에 적응할 수 있게 지원하고, 실직자들이 새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을 갖추는 일도 큰 과제다. 하지만 기술 변화를 거부하거나 막는다고 해서 일자리를 지킬 수는 없을 것이다. 신기술 도입에 저항하고 기존 일자리를 지키려는 시도는 역사에 걸쳐 반복됐지만 대부분 성공적이지 못했다. 기술은 발전했고, 일자리는 줄지 않았다.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