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편안 샜다고 휴대폰 압수당한 복지부…이번엔 '기습 발표'

현장에서

김일규 경제부 기자
보건복지부는 올해 국민연금 개편안 마련 과정에서 여러 차례 수난을 겪었다. 개편 초안이 언론에 연이어 먼저 보도되면서다.

지난 8월 소득대체율을 45%로 두거나 40%까지 낮추되, 보험료율을 11.0% 또는 13.5%로 인상해야 한다는 전문가 자문안이 언론에 먼저 공개된 게 시작이다. 국민 여론은 들끓었고,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의 일방적인 개편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메시지 관리에 실패한 복지부를 질책했다.지난달 6일엔 보험료율 3~6%포인트 인상을 담은 정부안이 또다시 언론에 먼저 공개됐고,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다음날인 7일 문 대통령에게 같은 내용을 보고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이날 보험료율 인상안을 언론에 먼저 흘린 게 누군지 찾아내겠다며 복지부의 연금담당 국·과장 휴대폰까지 가져갔다. 복지부는 이후 비밀리에 수정안 마련 작업에 나섰고, 12월 말까지 개편안을 마련해 국회에 보고하겠다고 했다.

복지부는 그러나 사전 예고 없이 14일 개편안을 ‘기습’ 발표했다. 이날 오전 7시30분께 기자단에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 참석할 예정이던 박 장관의 일정에 변동이 생겼다는 문자를 보냈다. 10분 뒤엔 오전 10시30분 정부서울청사에서 박 장관이 개편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공지했다. 박 장관은 기습 발표 이유에 대해 “자문안과 대통령 보고안을 언론들이 보도하면서 많은 국민에게 혼란이 초래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입장이 난처했던 것은 사실이다. 또다시 언론에 먼저 공개됐을 경우 이번엔 ‘휴대폰 압수’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컸다는 후문이다.그러나 국민연금은 2100만 가입자가 매달 낸 보험료로 조성된 650조원의 기금으로 450만 수급자에게 연금을 주는 제도다. 제도가 조금만 바뀌어도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언론이 발 빠르게 제도 개편 소식을 전해 사전에 검증을 받도록 하는 이유다.

이번 ‘기습 발표’ 덕에 개편안이 언론에 먼저 보도되는 일은 막았다. 복지부 공무원들은 ‘휴대폰 뺏길 일은 없겠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발전적인 제도 개편안 역시 없었다. 청와대로부터는 칭찬을 받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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