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北비핵화 행보 보이면 美제재완화해야"…中역할론 강조

"한미동맹, 한미관계 모든 것 아냐…다자안보협력질서 구상 중"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14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특히 북한이 비핵화 행동을 취하면 이에 상응하는 제재완화를 미국 측에 요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 특보는 이날 서울 광진구 건국대에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와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이 공동주최한 2018 동북아 문화교류 국제회의에서 '동북아 평화,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를 주제로 진행한 기조 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문 특보는 "미·중 무역분쟁 때문에 어렵긴 하겠지만, 북한이 불가역적 단계까지 비핵화 행보를 보여주면 시 주석이 미국에 부분적 제재완화를 해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해 교착상태에 있는 북핵 협상에 돌파구를 마련하는 게 개인적 소망"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유엔에서 (중국 측이) 부분적 제재완화를 요청하고 있지만, 미·중 정상이 만나 해결해야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지금은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중국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 정부 역시 '선(先) 핵 폐기 후(後) 보상'이 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북한이 비핵화 행보를 구체적으로 보이면 그 단계에서 제재를 완화해주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중국과 한국의 대북정책이 상당히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문 특보는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한미동맹은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한미동맹을 한미관계의 모든 것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한반도에 평화가 와서 한미동맹이 재조정된다 해도 한미관계에는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통일된 한반도가 미국·일본으로 대표되는 '해양세력'과 중국으로 대표되는 '대륙세력' 중 누구의 손을 잡게 되느냐는 질문에는 "단기적으로는 미국, 중국과 다 좋은 관계를 맺고 나아가서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 동맹질서를 벗어나 동북아 지역이 하나의 안보공동체가 되는 다자안보협력질서가 필요하다"며 미국이 주장하는 '집단방위체제'와 중국이 주장하는 '집단안전보장체제'를 조화시킬 방법을 정부가 구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날 강연에서 문 특보는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에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경제'가 가장 중요하다며 "우선 철도공동체, 에너지공동체, 경제공동체를 만들고 이후 자유무역지대, 관세동맹, 공동시장, 통화동맹을 구축하면 전쟁할 일이 없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