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징크 내무장관 교체…내각 물갈이 가속화 주목

"다음주 후임 발표"…비서실장 인선 일단락, 행정부 재정비 속도
'전방위 조사 예고' 민주당 하원 장악 전 '거취 정리' 관측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라이언 징크 내무부 장관에 대한 교체 방침을 밝혔다.연말에 퇴진하는 존 켈리 비서실장 후임 문제가 믹 멀베이니 대행 인선으로 일단락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 진용 재정비를 위해 후속 내각 물갈이 작업에 다시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내무장관 라이언 징크는 올해 말 행정부를 떠날 것"이라며 "그는 거의 2년간 봉직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라이언은 그의 재임 기간 많은 것을 해냈다.나는 그가 우리나라를 위해 봉사한 데 대해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는 다음 주 새로운 내무장관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징크 장관이 물러나면 트럼프 행정부 들어 장관급 가운데 9번째 교체라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징크 장관이 떠나는 이유를 별도로 거론하지 않았지만, 토지 위법 거래 의혹, 전세기 사용 문제와 관용차량 아내 동반 사용, 정치적 활동, 잠재적 이익 충돌 등 여러 비위 의혹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다는 점이 그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징크 장관이 물러나는 시점과 관련, 블룸버그 통신은 그의 비위 의혹에 대한 전방위적 조사를 벼르고 있는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기 직전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민주당이 그동안 하원 장악 후 징크 장관을 주요 타깃으로 삼겠다는 방침을 밝혀온 만큼, 더 큰 내상을 입기 전에 거취 정리에 나섰다는 분석인 셈이다.이에 따라 백악관은 최근 몇주 사이 내각 내에서 야당의 공세 등으로 가장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인사라고 결론을 내리고 징크 장관에게 사퇴 압력을 가해왔다고 AP통신은 한 행정부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징크 장관은 AP통신이 이날 입수한 퇴임사에서 '악랄하고 정치적 의도가 있는 공격들'로 인해 유감스럽게도 부처 임무 수행에 집중하는 데 걸림돌이 됐다며 자신에 대한 의혹들을 '쓸데없고 거짓인 주장'이라고 언급한 뒤 "어떤 이들에게 진실은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며 의혹을 거듭 부인했다고 이 통신이 보도했다.

이 퇴임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이전에 이미 제출된 것인지 구체적 시점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몬태나 하원의원 출신인 징크 장관은 미국 연안에서 석유와 가스를 시추할 수 있게 하는 5개년 계획 발표를 비롯해 트럼프 행정부의 환경규제 완화 및 국내 에너지 개발 정책을 주도해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도 각별한 친분을 이어온 것 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토지 위법 거래 의혹으로 내무부의 내부감찰과 연방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아왔으며, 이에 따라 교체 대상으로 이름을 올려왔다.

집무실 문 수리에 13만9천 달러(약 1억6천만 원)를 쓴 사실이 드러나면서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비서실장 후임 인선과 그에 이은 내무부 장관 교체를 계기로 잠시 주춤했던 행정부 인적 재정비 작업이 다시 본격화, 도미노 개각 및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AP통신은 징크 장관 교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로 접어드는 가운데 이뤄지고 있는 인적 개편의 한가운데서 일어난 일"이라고 보도했고, 블룸버그 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반환점을 맞아 더 대규모의 개편을 준비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분석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1·6 중간선거 다음 날인 지난달 7일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 지휘에 대한 '셀프 제척'으로 눈엣가시처럼 여겨오던 제프 세션스 전 법무부 장관을 전격 경질했으며, 그 이후 한 달간 숨 고르기를 하다 지난 7일 세션스 전 장관 후임에 윌리엄 바 전 법무부 장관, 연말에 떠나는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 후임에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을 각각 지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다음날인 8일 켈리 비서실장의 연내 퇴진을 공식화한 뒤 14일 멀베이니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을 '비서실장 대행'으로 지명했다.

현재 행정부 내에서는 추가 교체 대상으로 켈리 비서실장의 측근이자 이민정책 수장인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이 거론된다.

환경보호청(EPA)의 경우도 스콧 프루이트 전 청장이 부정부패 의혹으로 지난 7월 불명예 퇴진해 공석이다.

켈리 비서실장의 퇴진과 멀베이니 대행의 전면 부상에 따른 백악관 재편 작업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이번 내각 물갈이는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탈환, 내년부터 의회의 견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막바지로 치닫는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가 옥죄는 상황에서 하반기 국정 동력을 다잡고 재집권 플랜을 가동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친정체제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