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수업 훼방꾼' 미세먼지…학생들 체력 걱정된다

경기교육청, 야외수업 번번이 취소되자 실내놀이법 고안
도내 체육관 없는 학교 많아…근본적 대책 필요

사시사철 불어오는 미세먼지 공습에 학교 체육 교사들의 고민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가뜩이나 학생 체력이 매년 떨어지는 데 미세먼지 탓에 야외수업 제약이 커지며 학생들의 신체 활동마저 줄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 당국은 고육지책으로 작은 교실에서도 할 수 있는 '놀이체육'이라는 새로운 개념까지 만들어냈다.
경기도 안산의 한 중학교 체육 교사 A씨는 16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1년 새 아침마다 하는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고 했다.스마트폰 앱을 켜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하는 일이다.

그날 미세먼지가 나쁨 이상을 보이면 미리 짜둔 체육수업을 실내활동으로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교단 경력 16년차인 A교사는 "최근 들어 미세먼지에 대한 걱정이 커지면서 미세먼지가 나쁠 때 야외 체육수업을 하면 학부모들이 항의한다"며 "이 때문에 올해부터 나쁨 단계에서부터 아예 야외수업을 금지하도록 학교 규칙을 정했다"고 말했다.경기도교육청의 미세먼지 대응매뉴얼은 나쁨 이상 예보 시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실외수업 금지가 권고되고 중고등학교는 자제하게 되어있지만, 학생 건강 보호 차원에서 학교 자체적으로 대응 방안을 강화한 것이다.

이런 학교 현장의 변화를 반영이라도 한 듯 지난해 발령된 미세먼지 주의보와 경보로 경기지역 학교마다 평균 7차례 실외수업이 실내 수업으로 대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A교사는 "우리 학교는 체육관마저 없어 미세먼지가 나쁜 날은 교실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한다"며 "교실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곤 이론수업이나 영상자료 시청뿐이라 아이들의 신체 활동이 주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걱정했다.
이 학교처럼 체육관이 없는 경기지역 학교는 700여곳에 달한다.

중학교 기준 학생들이 정규 수업을 활용해 신체활동할 수 있는 시간은 1주일에 4시간(학교스포츠클럽 포함)뿐인데, 미세먼지가 몰아치는 기간에는 이 시간마저도 채울 수 없는 것이다
도교육청은 미세먼지로 체육수업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날들이 늘어나자 체육관 증설, 유휴교실 2곳을 합쳐 간이체육교실로 활용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

비교적 경제적인 에어돔을 세워 아예 운동장을 덮는 방법도 검토 중이다.

급기야 '놀이체육'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장학자료를 내년 1월부터 각급 학교에 보급하기로 했다.

놀이체육은 교실이나 간이체육교실과 같은 비교적 작은 공간에서 공, 풍선 등 간단한 도구를 이용한 신체활동이다.

도교육청은 실내 공간 규모에 따라 활용 가능한 놀이법 40여 가지를 사진과 동영상 자료로 이해하기 쉽게 안내해 학교에서 곧바로 따라 할 수 있도록 했다.

도교육청이 실내체육에 공들이는 이유는 학생들의 체력 저하라는 근본적인 문제의식에 있다.
경기지역 학생들의 건강체력평가 결과를 살펴보면 2016년 저체력(4∼5등급)으로 분류된 학생들의 비율은 12.3%(12만7천976명)였는데 1년 만에 13.0%(13만1천594명)로 늘었다.

비만 비율(초등학교 5∼6학년 경도 및 고도비만)도 2014년 9.8%, 2015년 10.2%, 2016년 11.2%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도교육청 체육건강교육과 하춘식 장학사는 "식습관과 생활습관, 지역별 체육 인프라 격차 등을 이유로 학생들의 체력이 날로 떨어지고 있다.

여기에 미세먼지 문제까지 작용해 신체 활동량이 줄어드는 환경"이라고 분석했다.하 장학사는 "체육시설 확충과 함께 다양한 신체 활동 방안을 연구해 학생들의 체력 저하 문제를 잡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