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검찰수사 본격화 6개월…수사 장기화 채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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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초 박병대·고영한 영장 기각 후 수사기류 변화 조짐
미루던 '삼바' 수사착수는 '사법부 수사 장기전 시사' 분석
공모관계 입증 주력하며 차분히 수사할 듯…처벌 대상 확대 가능성도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파헤치던 검찰의 수사가 본격적인 진용을 짜고 사건 규명에 나선 지 곧 6개월을 넘긴다.최근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의 구속영장 기각을 기점으로 검찰의 수사 기조에 변화가 일고 있다.
의혹의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책임을 따져 수사를 신속히 마무리하기보다는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사건 관련자들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더욱 탄탄히 다지고 처벌 대상도 좀 더 넓게 두고 보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재판거래 의혹이나 법관사찰 의혹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한 10여 개의 각종 고발 사건들을 모아 지난 6월 18일 특수1부에 재배당했다.특수1부는 이어 다음 날인 19일 법원행정처에 의혹 관련 문건과 자료를 검찰에 제출해 달라고 공식 요청하며 수사를 본격화했다.그에 앞서 중앙지검 공공형사부가 이 사건을 맡고 있었지만, 사법부의 자체 조사결과와 관련 동향을 지켜보며 고발 내용을 검토하는 수준이었다.
본격적인 수사는 특수부에 사건이 재배당된 이후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중앙지검은 특수부 3개 부서 가용 인력에 파견 검사까지 충원해 대규모 수사팀을 꾸리고 6개월간 총력을 다해 수사를 벌여왔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동원 인력과 수사 기간을 고려하면 외견상 수사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현재까지 재판에 넘겨진 이는 지난달 구속기소 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유일하다.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박·고 전 대법관 등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나머지 3명은 영장이 기각됐다.검찰 입장에서는 성과 부족이라는 지적에 할 말이 많다.
실제로 임 전 차장의 공소장에 적힌 범죄사실은 30개가 넘고, 공소장 분량만도 A4 용지 240쪽이 넘을 정도로 방대하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던 의혹 사항들까지도 광범위하게 규명하고 있다는 의미다.
검찰은 이처럼 방대한 혐의사실을 임 전 차장 및 대법관 이상 고위직에 책임을 묻는 방향에 초점을 두고 수사를 진행해왔다.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줄줄이 기각해 온 것도 수사 장기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이 많다.
통상 특수부 주요 수사는 압수수색 이후 피의자 소환, 기소로 이뤄지는 패턴을 밟아왔는데, 압수수색을 통한 증거 확보가 안 되다 보니 우회로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일례로 법원행정처가 특정 법관에 불이익을 줬다는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는 블랙리스트에 나오는 법관들이 실제로 인사 불이익을 받았는지 살펴보려 해도 인사 자료를 법원이 내주지 않았고, 수십명의 전·현직 판사를 일일이 불러 조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검찰의 항변이다.한편 지난 7일 법원이 박·고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이후부터는 수사 방식에 변화가 감지된다.
'사법부 수사'라는 초유의 상황이 이어지자 검찰은 그간 수사 과정에서 '연내 수사 마무리 필요성'이라는 암묵적인 압박을 받아왔다.
앞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연내 수사 마무리를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역시 국감장에서 같은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그러나 두 대법관의 영장을 기각을 둘러싸고 일각에서 '방탄법원' 논란까지 일자 검찰 입장에서는 도리어 명분을 얻었다는 분석이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수사 장기화가 법원의 영장기각에 따른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서둘러 사건을 종결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일부 덜었다는 관측이다.
검찰은 차분하게 수사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에 투입됐던 중앙지검 특수2부가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수사를 위해 대규모 압수수색을 벌인 것도 사법부 수사가 장기전에 돌입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하는 시각이 많다.특히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의 공모관계 혐의에 관한 보완 수사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전 대법관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실무진에게 '잘 챙겨보라'고 한 것 뿐"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그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공모관계 성립에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한 것은 이런 진술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건에 연루된 의혹의 범위가 넓은 박 전 대법관의 경우 검찰이 공모혐의 입증을 위한 시간을 벌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검찰이 시간에 쫓기지 않은 채 수사를 벌이면 처벌 대상이 당초보다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신광렬·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재판거래나 영장심사 등에 관여한 의혹이 있는 전·현직 고법 부장판사,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실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의혹이 있는 행정처 심의관 등도 기소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 등 검찰이 현재 보강 수사를 진행 중인 사안에서 검찰이 입증자료를 얼마나 충실히 쌓느냐가 수사 성패와 최종 수사의 마무리 시점을 결정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양 전 대법원장이 검찰에 출석하는 시점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보강 수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는 다음 달이 유력하다.
법조계에선 지난 10일 시작한 임 전 차장의 재판에도 주목하고 있다.구속 이후 그동안 검찰에서 진술을 거부했던 임 전 차장이 재판 과정에서 새로운 진술을 내놓을지, 행정처 문건 등 각종 증거를 인정할지 등이 관심사다./연합뉴스
미루던 '삼바' 수사착수는 '사법부 수사 장기전 시사' 분석
공모관계 입증 주력하며 차분히 수사할 듯…처벌 대상 확대 가능성도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파헤치던 검찰의 수사가 본격적인 진용을 짜고 사건 규명에 나선 지 곧 6개월을 넘긴다.최근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의 구속영장 기각을 기점으로 검찰의 수사 기조에 변화가 일고 있다.
의혹의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책임을 따져 수사를 신속히 마무리하기보다는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사건 관련자들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더욱 탄탄히 다지고 처벌 대상도 좀 더 넓게 두고 보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재판거래 의혹이나 법관사찰 의혹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한 10여 개의 각종 고발 사건들을 모아 지난 6월 18일 특수1부에 재배당했다.특수1부는 이어 다음 날인 19일 법원행정처에 의혹 관련 문건과 자료를 검찰에 제출해 달라고 공식 요청하며 수사를 본격화했다.그에 앞서 중앙지검 공공형사부가 이 사건을 맡고 있었지만, 사법부의 자체 조사결과와 관련 동향을 지켜보며 고발 내용을 검토하는 수준이었다.
본격적인 수사는 특수부에 사건이 재배당된 이후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중앙지검은 특수부 3개 부서 가용 인력에 파견 검사까지 충원해 대규모 수사팀을 꾸리고 6개월간 총력을 다해 수사를 벌여왔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동원 인력과 수사 기간을 고려하면 외견상 수사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현재까지 재판에 넘겨진 이는 지난달 구속기소 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유일하다.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박·고 전 대법관 등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나머지 3명은 영장이 기각됐다.검찰 입장에서는 성과 부족이라는 지적에 할 말이 많다.
실제로 임 전 차장의 공소장에 적힌 범죄사실은 30개가 넘고, 공소장 분량만도 A4 용지 240쪽이 넘을 정도로 방대하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던 의혹 사항들까지도 광범위하게 규명하고 있다는 의미다.
검찰은 이처럼 방대한 혐의사실을 임 전 차장 및 대법관 이상 고위직에 책임을 묻는 방향에 초점을 두고 수사를 진행해왔다.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줄줄이 기각해 온 것도 수사 장기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이 많다.
통상 특수부 주요 수사는 압수수색 이후 피의자 소환, 기소로 이뤄지는 패턴을 밟아왔는데, 압수수색을 통한 증거 확보가 안 되다 보니 우회로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일례로 법원행정처가 특정 법관에 불이익을 줬다는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는 블랙리스트에 나오는 법관들이 실제로 인사 불이익을 받았는지 살펴보려 해도 인사 자료를 법원이 내주지 않았고, 수십명의 전·현직 판사를 일일이 불러 조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검찰의 항변이다.한편 지난 7일 법원이 박·고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이후부터는 수사 방식에 변화가 감지된다.
'사법부 수사'라는 초유의 상황이 이어지자 검찰은 그간 수사 과정에서 '연내 수사 마무리 필요성'이라는 암묵적인 압박을 받아왔다.
앞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연내 수사 마무리를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역시 국감장에서 같은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그러나 두 대법관의 영장을 기각을 둘러싸고 일각에서 '방탄법원' 논란까지 일자 검찰 입장에서는 도리어 명분을 얻었다는 분석이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수사 장기화가 법원의 영장기각에 따른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서둘러 사건을 종결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일부 덜었다는 관측이다.
검찰은 차분하게 수사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에 투입됐던 중앙지검 특수2부가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수사를 위해 대규모 압수수색을 벌인 것도 사법부 수사가 장기전에 돌입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하는 시각이 많다.특히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의 공모관계 혐의에 관한 보완 수사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전 대법관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실무진에게 '잘 챙겨보라'고 한 것 뿐"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그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공모관계 성립에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한 것은 이런 진술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건에 연루된 의혹의 범위가 넓은 박 전 대법관의 경우 검찰이 공모혐의 입증을 위한 시간을 벌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검찰이 시간에 쫓기지 않은 채 수사를 벌이면 처벌 대상이 당초보다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신광렬·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재판거래나 영장심사 등에 관여한 의혹이 있는 전·현직 고법 부장판사,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실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의혹이 있는 행정처 심의관 등도 기소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 등 검찰이 현재 보강 수사를 진행 중인 사안에서 검찰이 입증자료를 얼마나 충실히 쌓느냐가 수사 성패와 최종 수사의 마무리 시점을 결정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양 전 대법원장이 검찰에 출석하는 시점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보강 수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는 다음 달이 유력하다.
법조계에선 지난 10일 시작한 임 전 차장의 재판에도 주목하고 있다.구속 이후 그동안 검찰에서 진술을 거부했던 임 전 차장이 재판 과정에서 새로운 진술을 내놓을지, 행정처 문건 등 각종 증거를 인정할지 등이 관심사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