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선거제 개편 합의…의석수 확대 '장벽' 넘을까

문희상 의장, 청와대 방문
문재인 대통령에 도움 요청 '물꼬'
여야 "연동형 비례제 적극 검토"

정동영 "의석수 360석으로 확대"
홍영표 "국민 동의받는 과정 필요"
< 단식 중단한 손학규·이정미 >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15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 개혁’을 촉구하며 국회에서 농성 중인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대표를 찾아 얘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임 실장, 정의당 이정미,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연합뉴스
여야가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제도 개편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합의하면서 ‘국회 정상화’라는 큰 산을 넘었다. 다만 합의가 ‘적극 검토한다’는 선언적 내용에 머문 데다 지역구 조정 등 국회의원들의 ‘밥그릇’ 문제가 걸려 있어 각 당의 셈법이 더 복잡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야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국회 정론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방안 검토와 선거제 개혁 관련 법안 1월 임시국회 합의 처리 등의 내용을 담은 합의문을 발표했다. 쟁점 사안인 △비례대표 확대와 비례·지역구 의석 비율 △의원 정수 확대 △지역구 의원 선출 방식 등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합의에 따르기로 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선거제 개혁에 합의했지만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정개특위를 통해 많은 논의가 필요하고, 국민의 동의를 받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번 합의에 따라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 300석에서 최대 330석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본격적인 논의 대상에 올랐다. 정의당 소속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은 16일 “(합의문에) 10%라는 제한이 있지만 그동안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금기시한 의원 정수 확대를 공론화한 점은 큰 진전”이라고 말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의석수를 360석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야는 또 지역구에서 낙선한 후보자 가운데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낙선자를 비례대표 의원으로 선출할 수 있도록 하는 ‘석패율(惜敗率)제도’를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여야는 올해로 끝나는 정개특위 활동시한을 연장하고, 선거제도 개혁 법안 개정과 함께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 포인트 개헌 논의’에 착수하기로 했다.

여야 5당이 선거제도 개편 논의에 전격 합의를 이뤄낸 데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문희상 국회의장의 14일 회동이 촉매제가 됐다. 문 의장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약 30분간 긴급 면담을 하고 여야 합의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문 대통령은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 “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수를 배분하는 방식이 원칙에 훨씬 더 맞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문 의장이 이후 국회로 돌아와 단식농성 중인 손학규 바른미래당·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만나 이 같은 내용을 전달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다음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회로 손학규, 이정미 대표를 찾아 “국회가 비례성 강화를 위해 합의안을 도출하면 이를 지지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뜻을 전하면서 상황이 일단락됐다.

배정철/김소현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