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또 오르면 '감원'밖에 답이 없어"

中企는 이미 '곡소리'

매출 年20% 감소…버티기 힘들어
일감 늘어도 주 52시간이 '발목'
충청 지역의 기계업체 H사는 한때 직원 수가 90여 명에 달했다. 하지만 불황으로 매출이 매년 20% 이상 줄고 있다. 버티다가 올해 10명 정도의 직원을 내보냈다. 내년에도 20명을 더 내보낼 계획이다. 인건비가 계속 올라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고정비를 줄이며 살아남는 것이 우선이라는 게 이 회사 신모 사장의 생각이다. 신 사장은 “경기침체로 흑자를 내기 어려운 상황인데 최저임금이 2년 동안 29% 가까이 오르면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며 “이런 상황에서 기존 인력을 모두 붙들고 갈 수 없어 할 수 없이 감원을 택했다”고 말했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사업 계획을 짜면서 인력 감축을 검토하는 중소기업인이 많다. 가뜩이나 수익률이 낮은 상황에서 최저임금 10.9% 인상은 흑자와 적자를 가르는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금속주조업체 D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자동차와 가전제품의 부품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수도권 2곳에 공장을 두고 160명을 고용하고 있다. 내년에는 30명 이상 인원을 줄일 예정이다. 이 회사의 김모 사장은 “자동차 분야도 어렵고 가전 분야 경기도 신통치 않은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며 “경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하고 30명 정도 구조조정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발주처인 대기업도 살아남기 위해 납품 가격을 깎고 있는 상황에서 감원 말고는 방법이 없다”며 “수십 년 경영을 하면서 지금처럼 암담한 경우는 처음”이라고 토로했다.

근로시간 단축도 중소기업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납기를 맞추려면 잔업이 필수적인데 2020년 1월부터 주 52시간 근로제가 적용되면 자칫 범법자가 될 수 있다”며 “경기가 살아나서 일감이 들어와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소제조업 밀집 지역에서 업체들이 계속 문을 닫고 있다”며 “중소기업이 처한 상황은 전국 어딜 가도 비슷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최저임금 인상 등 경영 환경이 악화하면서 중소기업은 허리띠를 더 졸라매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11일 발표한 ‘최고경영자 2019년 경영전망 조사’에 따르면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내년도 경영계획 기조를 ‘긴축경영’으로 잡은 경우가 많았다. 300인 이상 기업의 34.9%가 2019년도 긴축경영을 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300인 미만 기업은 절반 이상(55.4%)이 긴축경영에 나서겠다고 답했다.

긴축경영의 구체적 시행 계획을 묻는 질문에도 원가 절감(34.8%)에 이어 인력 감축(22.3%) 순으로 답변이 많았다. 중소기업들이 전사적으로 비용을 줄이면서 버티다가 결국엔 감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