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택시월급제, 세금 넣어 준공무원 만드는 식은 곤란하다

정부와 여당이 택시 사납금을 폐지하고 전면 월급제를 도입해 택시기사들에게 일정 소득을 보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소득 보장수준은 “월 250만원 이상”(전현희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 위원장)이 될 것이라고 한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에 대해 택시기사들이 반발하자 정부가 소득 보장책을 내세워 달래기에 나선 셈이다.

택시기사들의 절박한 상황과 열악한 근무여건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법인소속 기사들은 하루 10.8시간, 월 평균 25.8일을 일해도 한 달 수입이 200만원 안팎이라고 한다. 정부·여당의 월급제 도입은 “사납금 부담도 만만치 않은데 카풀 서비스까지 시작되면 생계 유지가 어려워진다”는 택시업계 현실을 감안한 ‘카풀 허용 중재안’일 것이다.하지만 정부가 준비 중인 택시기사 지원책은 곳곳에서 허점이 엿보인다. 택시기사들이 ‘월 250만원 이상’을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지 않아서다. 구체적인 월급 수준을 미리 언급한 것도 두고두고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택시업계는 벌써부터 “월급제가 정착되려면 버스처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택시에 지원금을 주든지, 택시요금을 많이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월급제 도입에 따른 택시요금 인상은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카풀에 밀려 택시업계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게 세계적인 추세다. 정부가 ‘약속’을 지키려면 택시회사가 ‘월 250만원 이상’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부족분을 세금으로 메워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다른 산업에도 나쁜 선례가 될 것이다. 정부가 세금으로 기사 월급을 보전해준다면 택시업계 자구노력과 서비스 개선은 요원해질 가능성이 높다. 신산업에 밀려 퇴조하는 업종마다 지원을 요구한다면 정부가 거부할 명분도 없다.

정부는 택시업계의 자구노력을 전제로 한 세제지원 등 정공법으로 설득해야 한다. 세금을 넣어 임금을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택시기사를 준(準)공무원화하는 방안이라면 지속가능하지도 않거니와 신·구 산업의 갈등을 더 부추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