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감반 의혹' 쟁점마다 충돌…靑, 첩보처리 과정 이례적 공개

부당감찰 여부·징계사유 등 두고 金 의혹제기에 靑 사안별로 반박

청와대 민정 반부패비서관실의 특별감찰반 활동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전 특감반원 김태우 수사관의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김 수사관이 일부 언론에 제보하는 형식으로 특감반 활동의 문제점 및 자신에 대한 징계의 부당성을 지적하면, 청와대가 나서서 "김 수사관이 자신의 혐의를 벗으려고 허위주장을 하는 것"이라며 사안별로 반박하는 일이 반복되는 양상이다.
◇ "부당한 감찰 있었다" vs "적법한 감찰 행위"
김 수사관이 17일 일부 매체에 자신이 감찰한 첩보 보고서 목록을 제보했다.

여기에는 전직 총리 아들의 사업 현황, 은행장 동향, 외교부 간부 사생활 관련 동향, 개헌관련 동향 등 김 수사관이 특감반원 시절 작성했다는 첩보 보고서 목록을 공개했다.이에 따라 청와대 특별감찰반이 민간 영역까지 사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이에 대해 전직 총리 아들의 사업현황, 은행장 동향을 제외한 나머지 사안은 적법한 감찰 행위라고 응수했다.

특히 김 수사관이 전직 총리 아들의 사업현황, 은행장 동향 등에 대한 첩보를 가져오자 김 수사관에 대해 바로 엄중히 경고하고, '업무범위를 벗어난 감찰을 하지 말라'는 시정조치를 했다는 것이 김 대변인의 설명이다.또 이 두 첩보의 경우 즉각 폐기했으며 불순한 의도로 사용한 일은 없다고 김 대변인은 밝혔다.

다만 김 대변인은 '시정조치 이후에는 민간분야 감찰 보고가 올라온 적이 없느냐'는 물음에는 "그건 제가 자신할 수가 없다.

(적법한 범위의 첩보활동 과정에서) 묻어올 수도 있는 일이며, 범죄정보를 다룬 사람들이 해온 관행이라는 것도 있다"며 "관행을 바꾸려고 경고 등의 조처를 하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라고 했다.
◇ 金 징계 사유는…'우윤근 의혹' 다시 관심
김 수사관이 청와대 내부 감찰을 받고 검찰 복귀라는 징계성 조치를 당한 이유에 대해서도 양측의 설명이 충돌하고 있다.

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 수사관은 2018년 8월 부적절 행위로 이미 경고를 받은 바 있고, 이번에 새로운 비위가 드러나 복귀조치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수사관은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지인이 연루된 비리의혹을 캐물은 것이 문제가 됐는데, 김 대변인은 "이 과정에서 경찰 방문을 상부에 보고하지도 않았고, 수사 대상자와 수십차례 통화를 하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수사관은 일부 언론에 보낸 제보 이메일에서 자신이 2017년 9월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가 2009년 채용청탁과 함께 1천만원을 받았다는 의혹, 저축은행 비리사건과 관련해 1억원을 수수한 의혹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한 것이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해당 첩보에 대해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오히려 자신이 감찰을 받아 청와대에서 쫓겨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대변인은 "내년 1월이면 김 수사관이 어차피 검찰로 돌아갈 예정이었고, 본인도 이를 알고 있었다"며 "2017년 9월 보고서 때문에, 지금 와서 정치적 이유로 돌려보냈다는 것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이런 청와대의 해명과는 별개로 야권을 중심으로 한 한편에선 우 대사 사건이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는다는 의심도 이어지고 있다.

우선 사업가 A씨가 우 대사에게 채용청탁과 함께 1천만원을 건넸다는 의혹과 관련, 우 대사는 전혀 그런 일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김 수사관의 보고서에는 2016년 우 대사의 측근이 A씨에게 1천만원을 빌려준 정황이 나와 있어 사실상 돈을 돌려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우 대사 관련 의혹이 어디까지 보고됐는지도 쟁점으로 꼽힌다.

김 수사관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조국 민정수석, 임종석 비서실장에게 순차적으로 보고됐다"며 "특감반장으로부터는 임 비서실장이 '대비책을 마련해야겠다'라고 말했다는 피드백도 받았다"고 밝혔다.

반면 김 대변인은 "이 사건은 임 실장에게 보고되지 않았다.

임 실장(에게 보고됐다고) 운운한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고, 임 실장 역시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관련 내용을 보고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우 대사는 일부 언론과 통화에서 "대사 내정자 시절 임 실장이 연락이 와서 관련 의혹을 물어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되는 등 상황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모습이다.
◇ 靑 '정면대응' 기조…첩보처리 과정까지 공개
청와대는 이처럼 김 수사관의 의혹 제기에 사안별로 자세한 설명을 내놓으며 정면대응을 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날은 설명을 돕기 위해 청와대 내부에서 첩보가 어떻게 처리되는지에 대해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특감반 데스크, 특감반장, 반부패비서관 등 3단계 검증을 거쳐 업무 범위에 해당하지 않거나 신빙성이 인정되지 않는 첩보는 폐기된다"고 전했다.

또 김 수사관은 "(특감반원들은) 매일 첩보활동을 하며 들었던 정보를 A4 용지 한장 짜리로 정리해 '일일보고'를 한다"고 밝히며 광범위한 영역에서 첩보 보고가 이뤄진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그러나 김 대변인은 이에 대해 "일일보고는 첩보보고와 별개로, 근태관리 차원에서 하는 것이다.

이런 보고는 반부패비서관까지만 보고되고 민정수석에는 보고되지 않는다"고 맞대응했다.

아울러 김 대변인은 특감반원들이 생산한 첩보는 파일이나 문서 형태로 보관하지 않고 단계별로 바로 폐기한다고 밝혔다.

첩보 내용에 대한 지금의 청와대 설명도 기억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김 대변인은 '기억에 의존한다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되지 않나.

첩보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낫지 않나'라는 질문에는 "첩보를 다루는 기관의 성격을 고려하면 온갖 위험요소가 있는 첩보를 다 기록으로 남기고 저장하는 것이 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감찰반원들은 법률적으로 훈련된 사람들이 아니다.

그 사람들이 여러 첩보를 가져올 수 있는데 이를 정제하고 여과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김 수사관의 휴대전화는 디지털 포렌식 복원을 했으나 컴퓨터 하드는 별도의 복원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휴대전화 정보만으로도 김 수사관과 스폰서와의 관계, 동료들과 골프 문제 등 비위를 조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청와대는 어느 직원이든 업무를 보고 나서 (원래 소속 기관으로) 복귀할 때 컴퓨터를 다 포맷한다"며 "김 수사관의 컴퓨터에도 (첩보 파일 등) 기록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