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문재인 정부 유전자엔 '민간 사찰' 없다"…野 "국정조사로 진실 규명"
입력
수정
지면A6
특감반 '민간인 사찰' 논란 확산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 수사관이 제기한 ‘윗선의 지시로 가상화폐를 보유한 특정인과 협회 등의 동향을 파악했다’는 내용의 폭로가 현 정권의 ‘민간인 사찰’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청와대는 18일 김 수사관의 폭로가 ‘개인적 일탈’ 차원을 넘어 불법 사찰 의혹으로 치달을 조짐을 보이자 정면 대응 쪽으로 방침을 바꿨다.
강력 대응 나선 청와대
은행장·가상화폐 관련 첩보 수집
불법 사찰 의혹으로 번지자 "정책 수립과정 자료 수집" 반박
전문가 "선의 목적도 불법" 지적
여야 '불법 사찰' 놓고 충돌
與 "범법자의 허위사실 유포"
한국당 "본질은 민간인 사찰…청와대는 꼬리자르기 말라"
靑, 민간인 사찰 의혹 정면 반박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일부에서 청와대 특감반 활동을 과거 정부에서 있었던 민간인 사찰인 것처럼 보도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를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기본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유전자에는 애초에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청와대가 이처럼 정색하고 나선 데는 과거 정부와 차별화로 내세웠던 민간인 사찰 논란이 계속될 경우 현 정부의 도덕성에 치명타가 될 뿐만 아니라 야권의 국정조사 요구 등 정쟁에 휩쓸릴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 수사관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의 지시를 받아 민간인인 전직 고위공직자들의 가상화폐 보유 정보를 수집해 민정수석실에 보고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한 언론을 통해 고건 전 국무총리 아들 고진씨, 변양균 전 정책실장,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등 노무현 정부 고위 공직자나 가족이 대상이었다고 했다. 이와 별개로 시중은행장에 대한 비위 첩보 수집도 하달받았으며, 여권 핵심인사로 꼽히는 우윤근 주러시아대사의 비위 첩보를 보고했다는 이유로 보복 인사 조치를 당했다고 연일 폭로전을 이어가고 있다.청와대는 특감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 사례로 지목된 가상화폐 보유정보 수집과 시중은행장의 비위 첩보 수집은 “지시도 없었고, 보고 즉시 폐기했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 대변인은 “가상화폐 대책을 세우던 2017년 12월 당시 가상화폐는 이상 과열로 투기적 양상이었고, 가상화폐가 각종 범죄수단으로 사용돼 다수의 피해자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며 “가상화폐 대책 수립 과정에서 이뤄진 기초자료 수집 활동이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벌어지는 공직자들의 비위 조사는 물론 국민적 관심사가 높은 현안에 대처하기 위한 정책 수립이 반부패비서관실의 고유 업무인 만큼 가상화폐 관련 불법행위를 단속해 국민 피해를 방지하고, 관련 정책을 마련할 필요성을 느껴 기초자료를 수집했다는 해명이다. 김 대변인은 “민간인 사찰은 과거 정부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청와대 등 권력기관의 지시에 따라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특정 민간인을 목표로 이뤄지는 것”이라며 “반부패비서관의 적법 지시에 따라 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 수집이 이뤄졌고, 어떤 정치적 의도·목적이 있었던 게 아니므로 민간인 사찰과 전혀 무관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야당 “사건의 본질은 민간인 사찰”청와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특감반 수사관의 임의 활동으로 보고단계에서 폐기된 시중은행장 사례와 달리 가상화폐 협회 및 관련자들의 동향 파악은 야권 등의 공격 빌미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책 수립을 위한 선의의 목적이라도 청와대 특감반이 동향 파악을 위해 동원된 데다 당시 현 정부 핵심 지지층인 20~30대의 이탈 등 정권의 안위와도 무관하지 않은 사항이란 점에서 논란의 여지는 남는다.
여야는 청와대 특감반원이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의혹을 놓고 정면으로 부딪쳤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범법자가 비리를 덮기 위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것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개인 일탈을 정치 사건으로 비화해 정부를 흔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더 이상 첩보 생산 기술자(김 수사관)의 농간에 휘둘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야당은 그러나 “이번 사건의 본질은 민간인 사찰”이라고 연일 공세를 높이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청와대의 명백한 해명이 없고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이 없다면 국정조사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며 “청와대는 개인의 일탈이라며 꼬리 자르기를 하고 있는데 이는 정부의 전매특허”라고 비판했다. 유의동 바른미래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청와대가 스스로 특감반을 무력화했다”며 “이 문제를 논의할 운영위원회 소집 요구에 민주당은 응답하라”고 요구했다.
손성태/배정철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