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14년 연속 北인권결의안 채택…정부는 '의도된 침묵'

유엔, 강제수용소 폐쇄 등 요구
美 "가장 억압적 독재국가" 압박

韓, 결의안 채택에 동의했지만
약속한 북한인권재단 구성도 못해
< 北철도조사 마치고 귀환 > 남북한 철도 공동조사에 나섰던 우리 측 열차가 18일 경기 파주 도라산역으로 귀환하고 있다. 남북은 지난달 30일부터 18일간 경의선 개성~신의주 구간(약 400㎞)과 동해선 금강산~두만강 구간(약 800㎞)을 공동으로 조사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이 14년 연속으로 채택됐다. 미국 국무부도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인 독재 국가”라며 대북 인권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한반도 평화와 북한 비핵화를 위해 북한 인권 문제에 ‘의도된 침묵’으로 일관해 온 우리 정부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18일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채택된 결의안은 “북한에 오랜 기간 그리고 현재도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한 인권침해가 진행되고 있다”며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했다. 강제수용소를 즉각 폐쇄하고, 정치범 석방과 인권 침해에 책임 있는 자들에 대한 책임 규명 등도 요구했다.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은 2005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14년째다.북한인권결의안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유엔 주재 유럽연합(EU)·일본 대표부가 회원국들의 의견을 반영해 작성을 주도했다. 우리 정부는 2008년부터 북한인권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다. 올해도 총 61개 공동제안국의 일원으로 결의안 채택에 동의했다. 이날 외교부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해 나간다는 기본 입장하에 컨센서스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이번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에 대해 전문가들은 비핵화 과정과 북한 인권은 별개 문제라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이날 “북한 정권이 자행하는 심각한 인권 침해와 유린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 11일 북한 정권 2인자인 최용해 노동당 부위원장 등 3명을 인권 유린 관련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올해 미·북 비핵화 협상이 시작된 뒤 첫 인권 제재다.

국제사회의 대북 인권 압박 강도가 거세지면서 우리 정부는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는 비핵화를 촉진하기 위해 북한의 ‘아킬레스건’인 인권 문제는 협상 의제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통일부만 해도 5대 국정 전략 중 세 번째로 ‘북한 인권 개선과 이산가족 등 인도적 문제 해결’을 제시했지만 정작 현실에선 이렇다 할 정책을 취하지 않고 있다. 북한 인권 개선 목표보다 하위(네 번째) 전략인 ‘남북 교류 활성화를 통한 남북 관계 발전’에만 전력하고 있다.통일부가 조기 출범을 약속한 북한인권재단은 현재까지 위원 구성도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북한인권재단은 2016년 9월 발효된 북한인권법 시행을 위한 핵심 기구다. 북한 인권 ‘이슈’는 언젠가는 정면으로 맞닥뜨릴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미국의 대북 독자 제재만 해도 대부분 의회를 통과하지 않고선 풀리기 어려운데, 의회는 비핵화 외에 인권과 사이버 범죄 등을 제재 완화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한 국제외교 분야 전문가는 “북한 비핵화에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북한 인권에 대한 침묵이 길어질수록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통일부는 이날 올해 탈북민이 1042명으로 작년과 비슷한 규모라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경제개혁에도 불구하고 탈북민 숫자가 줄지 않고 있는 셈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