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신선한 협업'…과일·채소 생산자 손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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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통해야 팔린다편의점 이마트24 본사가 있는 서울 성수동 사옥에는 사업 제안을 하려는 사람들로 늘 붐빈다. 새로 개발한 제품을 팔아 달라는 중소기업 관계자부터 농심, 오리온 등 대형 제조사 직원까지 하루에도 수십 명이 방문한다. 이 가운데 일부는 사업화로 이어져 ‘대박’을 터뜨린다. 팔도와 협업해 지난 10월 내놓은 ‘민생라면’이 그랬다. 두 달 만에 이마트24에서 신라면에 이어 라면 부문 매출 2위에 올랐다. 이마트24 관계자는 “거리 어느 곳에나 있는 편의점을 통해 상품을 시험적으로 팔아 보고자 하는 기업이 많다”고 전했다.
세븐일레븐, 신선식품 매출 늘자
농협 손잡고 소포장 제품 출시
내년 전국 매장으로 확대
딸기 샌드위치 대박난 CU
中企와 딸기 디저트 3종 출시
채소부터 디저트까지 식품군 확장편의점이 오프라인 채널 중 가장 큰 폭의 성장세를 이어가자 편의점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려는 시도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편의점이 과거에 팔지 않았던 제품이 많다.
세븐일레븐은 농협중앙회와 손잡고 소포장 과일과 채소 판매를 시작한다고 18일 발표했다. 사과, 방울토마토 등 과일 다섯 종과 오이, 고구마 등 채소 아홉 종이다. 농협이 계절에 따라 잘 팔리는 과일과 채소를 선별해 세븐일레븐에 공급하기로 했다. 세븐일레븐은 수도권 내 200여 개 매장에서 시험적으로 판매한다. 매출이 잘 나오면 내년 상반기 취급 매장을 1000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농협이 세븐일레븐과 손잡은 이유는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1인 가구가 늘고 고령화가 이어지면서 대형마트나 슈퍼 대신 편의점에서 과일과 채소를 구입하려는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세븐일레븐에서 올 들어 지난 16일까지 소포장 과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5.4% 증가했다. 윤성준 세븐일레븐 상품기획자(MD)는 “편의점 내에서 과일과 채소 매출 비중이 아직은 매우 작지만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며 “상권 분석을 통해 편의점용 신선 식품을 꾸준히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디저트도 요즘 편의점에서 협업 상품이 많다. CU는 이날 중소기업 피오레, 푸드코아와 손잡고 딸기 디저트를 내놨다. 딸기 오믈렛, 딸기 프렌치파이, 딸기 크루아상 등이다. 딸기 수확철이 봄에서 겨울로 앞당겨지자 ‘시즌 상품’으로 내놓은 것이다. 이마트24는 신세계푸드와 손잡고 지난 10월부터 프리미엄 디저트를 판매 중이다. 커피숍이나 디저트 카페에서 주로 판매하는 케이크, 머핀 등을 편의점에 들였다. 가격이 커피숍의 절반도 안 되는 1500원인데 맛은 크게 떨어지지 않아 인기다. 이마트24 가맹점의 약 60%가 프리미엄 디저트를 취급 중이다. 세븐일레븐은 롯데제과와 협업해 부산의 명물 ‘씨앗호떡’을 과자로 구현했다. ‘마가렛트 씨앗호떡’이란 제품을 17일 출시했다. “익숙하면서 재미있는 콜라보(협업) 먹거리가 요즘 편의점에서 인기”라고 송철웅 세븐일레븐 MD는 말했다.
오프라인 점포 중 편의점만 고성장편의점이 이처럼 ‘협업의 장(場)’이 된 것은 무엇보다 막강한 유통 파워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0월 편의점 매출 증가율은 4.7%였다. -14.3%로 역성장한 대형마트, 1%대 성장에 그친 백화점과 기업형 슈퍼마켓을 월등히 앞섰다.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몰에 손님을 계속 뺏기고 있는 상황에서 편의점만 고성장을 이어갔다. 최저임금 상승, 출점 경쟁, 점주와 본사 간 상생 이슈 등 영업 환경이 좋지 않은 속에서도 이룬 성장이다. “편의점이 백화점과 마트를 제치고 최대 유통 채널로 올라설 것”이란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동네 구멍가게를 대체했던 수준의 편의점이 계속 커지자 제조사들도 편의점을 ‘우선 판매 채널’로 여기고 있다. 라면, 수입 맥주 등은 이미 편의점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졌고 최근에는 디저트와 커피 시장까지 편의점이 잠식해 가고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