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30% 성장' 장밋빛 전망 ESS 업계 잇단 화재로 '난감'

안전대책 미비 지적속 "화재원인 아직 모른다" 억울함 호소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지만, 시장 성장에 필수로 수반돼야 할 안전관리 대책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ESS는 태양광, 풍력 등으로 생산된 전기를 배터리 등의 저장장치에 저장했다가 전력이 필요할 때 공급해 전력 사용의 효율을 높이는 장치다.

그동안 ESS 시장은 신재생에너지 확대라는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와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이라는 업계의 요구가 맞물리며 낙관론이 주를 이뤘다.

19일 ESS 및 투자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ESS 시장은 매년 연평균 30%에 가까운 성장을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에서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조사기관인 SNE 리서치 등 자료를 인용해 "ESS 시장은 2015년 12.6GWh(기가와트시)에서 2025년 138.5GWh까지 성장할 것"이라며 연평균 약 28%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한국의 ESS 시장 성장도 가파른 속도를 내왔다.

미국 에너지부(DOE)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말까지 전 세계 ESS 설치용량을 살펴볼 때 미국이 452.6MWh로 가장 많았고, 한국은 142.4MWh로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ESS가 설치된 국가로 집계됐다.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한 올해 상반기 국내 ESS 설치량은 1.8GWh로 전년 동기(89MWh)보다 20배 이상 늘어난 상황이다.

ESS 시장의 성장은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태양광과 같은 신재생 에너지 발전 시설과 ESS를 함께 설치해야 생산이 불규칙한 에너지원을 조절할 수 있고 실질 발전단가 인하 효과도 발생하기 때문이다.KDB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의 김혜진 산업기술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전날 리포트에서 "국내 ESS 누적설치 규모는 정부의 에너지신산업 선정과 제도 개선,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등으로 2016년 0.5GW에서 연평균 22% 성장해 2030년 6.9GW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올해 잇달아 발생하는 ESS 화재 발생에서 정부도 업계도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16차례의 ESS 화재가 발생했고, 급기야 정부는 지난 17일 전국 1천253개 ESS 사업장에 ESS 가동 중단을 권고한 상태다.

정부가 긴급 안전진단을 진행 중이지만 정확한 원인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ESS의 핵심 장치인 배터리 위주로 화재의 책임이 쏟아지자 업계 일각에선 다소 '억울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SS는 배터리와 전력을 변환하고 전압·주파수를 조절하는 전력변환장치(PCS) 등이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이 가운데 ESS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은 삼성SDI와 LG화학이 상당 부분 점유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화재 원인이 배터리에 있는지 PCS에 있는지, 시공 불량과 같은 외부적 요인에 의한 것인지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기업들에만 책임이 쏠려 난감하다"고 말했다.또 다른 관계자는 "업계의 기술 문제도 있겠지만 정부 차원에서도 ESS 설치 속도가 빨라지는 데 비해 예방책이나 안전 기준 마련이 미비했던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