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 부는 '박항서 매직' 열풍…'비주류·다양성 인정' 각성효과

베트남을 10년 만에 스즈키컵 우승으로 이끈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의 열풍이 국내 재계에도 불고 있다.

국내 축구계에서 사실상 '비주류'였던 박 감독이 말도 통하지 않는 선수들을 아들처럼 세심하게 챙기며 하나의 목표에 집중하게 만든 따뜻한 리더십이 재계를 향한 우리 사회의 요구와 맞물린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박항서 열풍'의 배경에는 소탈하고 따뜻한 성품으로 그간 성적이 저조했던 '비주류' 선수들을 성심으로 이끌어 최고의 성과를 거뒀다는 데 있다. 이런 '박항서 리더십'은 재계에도 적잖은 울림을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충현 대한상공회의소 베트남 사무소장은 19일 "박 감독은 냉철한 용장보다는 푸근한 덕장이며 비주류 인력이라도 어느 위치에 필요한지를 고민했던 지장(智將)"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1%의 스타 플레이어도 중요하지만 나머지 99%가 뒷받침돼야 성공할 수 있다는 건 축구든 기업이든 마찬가지다. '사람'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 박항서 리더십의 교훈을 새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의 박주근 대표는 "축구에서 감독이 11명의 다양한 선수들 사이에 최적의 하모니를 찾아 조직의 목표를 이루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자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계에서도 변화무쌍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조직원들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이해하며 하나의 하모니로 이끌 수 있는 박항서식 리더십이 더욱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항서 매직' 효과는 또 있다. 박 감독 역시 국내 축구계에서는 큰 빛을 보지 못했다가 60세에 가까운 나이에 베트남에서 역량을 발휘하며 늦깎이 성공을 거둔 점도 취업이나 승진 측면에서 장년층 소외현상이 만연한 한국에 각성효과를 준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계에서는 박 감독의 '파파 리더십'을 '대기업 역할론'으로 연결하는 움직임도 관측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협력사뿐만 아니라 인재의 저변을 확대하는 차원에서라도, 대기업들이 잘하는 사람만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사람도 함께 끌고 올라가야 한다. 이를 통해 산업 생태계 전체의 경쟁력을 올리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5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의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의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시상식에서 응우옌 쑤언 푹 총리가 박항서 감독에게 우승메달을 걸어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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