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가동해보니 가스 누출…경찰 "사망 원인은 일산화탄소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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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참변' 중간수사 결과19일 강원 강릉시 경포 아라레이크펜션. 전날 꽃다운 고등학교 3학년생들의 생명을 앗아간 ‘강릉 펜션 참변’으로 한가롭던 펜션 앞은 경찰과 취재진 등 100여 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건물 주변 반경 20m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됐고 경찰 관계자 외에는 출입이 철저하게 통제됐다. 이날 현장을 찾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 국회의원 일행도 펜션 내부로 들어가려다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2명 의식 회복, 5명 자가 호흡…병원 "대화 가능 학생 심리치료"
연통 어긋난 원인 놓고 분분
"연결부 실리콘 흔적 없어…설치 당시부터 문제 있었을 것"
11월 투숙객은 사고 나지 않아
최근 누군가 건드렸을 가능성도
시공 부실? 관리 소홀?사건을 수사 중인 강릉경찰서는 이날 브리핑에서 사고 원인을 보일러 배기가스 누출에 따른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결론 내렸다. 김진복 강릉경찰서장은 “보일러실에는 연소 가스를 내보내는 배기관(연통)이 있는데 본체와 연통 간 연결 부위가 어긋나 있어 배기가스 일부가 유출될 수 있는 상태였다”며 “사망한 학생들을 검시한 결과에서도 혈중 일산화탄소 농도가 치사량을 훨씬 넘었고 그 외 독극물 등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합동수사단이 문제가 된 보일러를 실제 가동해본 결과 다량의 배기가스 누출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연통이 왜 어긋나 있었느냐는 점이다. 이에 대해 김 서장은 “추가 수사를 통해 규명해야 할 부분”이라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하겠다”고 말했다.지금으로서는 부실시공 또는 사후관리 소홀 등의 가능성을 모두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내 한 보일러업체 관계자는 “보일러를 처음 설치할 때 연통과 본체를 연결한 뒤 실리콘 처리를 하는데 언론에 공개된 현장 사진에서는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며 “애초에 보일러 설치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반면 보일러 설치 업무를 관장하는 열시공협회 측은 다른 시나리오를 제기했다. 협회 관계자는 “2014년 펜션 건물 준공 승인이 났는데 (부실시공이라면) 이제야 사고가 났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펜션 주인이든 손님이든 누군가 사후에 연통을 건드려놓고 제대로 원상복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 펜션에는 지난 11월에도 투숙객이 묵었지만 사고가 나지 않았다.
부상자들은 회복 중피해 학생 10명 가운데 부상 중인 7명은 강릉아산병원(5명)과 원주세브란스병원(2명)에서 치료를 받으며 점차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명이 의식을 회복했으며 나머지 5명도 스스로 호흡할 만큼 호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강희동 강릉아산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대화가 가능한 학생 2명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심리 치료를 병행하고, 내과적 합병증 가능성도 집중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라고 했다. 사망한 3명의 시신은 이날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됐다. 유족들은 부검을 하지 않고 조용히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교육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뒤 고등학교 학사운영 상황’과 개인체험학습 안전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수능 이후 마땅한 교육 프로그램이 없어 학생들이 방치되는 것은 아닌지 전수점검하겠다”며 “체험학습 명목으로 고등학생끼리 여행을 가 장기투숙하는 사례가 있는지도 신속히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희생자들의 장례비를 전액 지원하는 등 “피해자 가족 지원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법적 책임 소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에선 펜션 업주 측이 보일러 연통 등 시설 관리를 제대로 못한 사실이 확인되면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적용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형법 제268조는 업무상 과실로 인해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한 경우 5년 이하의 금고 혹은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사망자가 여럿 발생한 사건에서 과실과 사상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면 대체로 실형이 선고된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펜션 업주 측이 시설 내 투숙객의 안전과 관련한 중대한 결함이 생길 것을 예견할 수 있었는지, 점검·보수 등 업무상 주의의무를 지키지 않았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릉=정의진/신연수 기자 justjin@hankyung.com